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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브이로그

인천 덕적도 당일치기 여행코스 총정리: 대중교통으로 떠나는 트레킹

by 김도현 여행길 2025. 3. 30.

시작하며

서울 근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조용한 섬 하나가 있다. 과거에는 국민 관광지 1호로 지정될 만큼 많은 이들이 찾았지만, 지금은 인구가 1,000명 이하로 줄어들며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곳. 바로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정도면 닿는 ‘덕적도’다. 예전엔 북적였던 섬이지만, 지금은 적막함 속에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모습이 매력적인 곳이다. 이 덕적도를 당일치기로 트레킹하며 둘러볼 수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는지? 이번에 나는 대중교통만으로 이 섬을 종주하고 돌아오는 여정을 다녀왔다. 예상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인상 깊었던 이 여행의 과정을 하나씩 기록해본다.

 

 

1. 동인천역에서 출발, 배를 타러 가는 길

아침 일찍 동인천역에 도착해 2번 출구로 나섰다. 공사 중인 지하통로를 지나 7번 출구로 올라오면 인천 연안여객터미널로 향하는 버스를 탈 수 있다. 12번이나 24번 버스를 타면 약 20분 만에 터미널에 도착한다. 시간에 쫓긴다면 택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터미널은 이미 아침부터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다행히도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미리 발권해두면 따로 줄을 서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 있게 움직일 수 있었다. 2층 라운지는 1층보다 조용하고 넓어 배를 기다리기에 적당하다.

 

 

2. 덕적도로 향하는 쾌속선 탑승

쾌속선은 아침 8시에 출발했다. 총 30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고속 페리인데, 시속 50km로 움직이기 때문에 배를 오래 타는 부담은 없다. 1층 좌석 중 가운데 구역은 파도의 흔들림이 덜하고, 2층은 전망이 좋아 바깥을 즐기기 좋지만 가운데 좌석은 구명보트 때문에 시야가 막히는 점은 참고해야 한다. 이날은 해무가 가득했지만, 인천대교 아래를 지나며 시야에 들어오는 크고 작은 섬들이 꽤 운치 있었다. 바다가 잔잔한 날이었기 때문에 흔들림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어느새 1시간이 지나 덕적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3. 섬에 도착하자마자 시작되는 트랜스퍼

선착장에 내리면 바로 마을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서포리행’과 ‘북리행’ 두 가지 노선이 있는데, 나는 북리행 버스를 선택했다. 서포리보다 여유가 있어 승차가 수월했고, 30분 정도 섬 도로를 달려 ‘북리 종점’에 도착했다. 이곳은 덕적도의 한적한 동네로, 종점 근처에는 해변과 숲, 그리고 트레킹 코스의 시작점이 숨어 있다.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모습이 귀여웠다.

 

4. 능동 자갈 마당, 흔치 않은 해변의 풍경

북리 종점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능동 자갈 마당'이라는 해변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일반적인 모래사장과 다르게 커다란 자갈들로 가득 차 있다. 말이 자갈이지 거의 수박 크기에 가까운 바위들로 덮여 있는 독특한 해변이다. 해변 한쪽에는 작은 소사나무숲이 있고,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푸른 그늘을 만들어줄 쉼터가 되어줄 것 같았다. 이 해변 너머로는 '선미도'라는 무인도가 보인다. 국내에서 가장 큰 무인도로, 이 지역에서는 ‘덕적도의 꼬리’라고도 불린다. 해변 끝자락에는 낙타처럼 생긴 바위가 하나 서 있다. 생김새가 워낙 닮아 누가 봐도 ‘낙타바위’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였다. 자연의 곡선이 만들어낸 풍경에 감탄하며,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했다.

5. 갈대밭과 초승달 해변을 따라 걷는 길

트레킹의 초반 코스는 마을버스를 타고 왔던 도로를 되짚는 길로 시작된다. 차량 통행이 거의 없어 걷기엔 무척 편하다. 이 구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갈대 군락지였다. 서해에서 가장 넓다는 이 갈대밭은 시야를 가득 채울 만큼 광활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갈대의 움직임은 봄이라기보다는 가을처럼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 있었다. 갈대밭 끝에 다다르면 조용하고 예쁜 해변이 나타난다. 이곳은 '소재 해변'으로, 초승달 모양을 닮은 완만한 곡선의 해변이 특징이다. 고운 자갈과 부드러운 모래가 섞여 있고, 마침 앞쪽 바다에는 외로이 떠 있는 작은 섬이 하나 있었다. 섬 위에는 소나무 몇 그루가 자라고 있어, 고요한 느낌을 더해줬다.

 

6. 오르막길 따라 작은 마을과 북미항 조망

이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오래된 교회 하나가 보인다.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위치에 있는 이 교회는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이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섬의 모습은 도시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평온함을 선사한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작은 쑥개'라는 이름의 동네다. 해양경찰서가 있는 이곳에서 서포리 방향으로 길이 이어진다.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는 구간으로, 덕적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지만 언덕 경사가 제법 있어 쉽지는 않다. 언덕 정상에 오르면 ‘북미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지금은 고요한 항구지만, 1960년대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민어 어장으로 수많은 어선들이 드나들던 곳이라고 한다. 현재는 조용하지만 그 흔적이 남아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마치며

덕적도는 예전 국민관광지로 지정될 만큼 유명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인구 감소로 조용한 섬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당일치기 또는 1박2일 트레킹 여행지로는 아주 매력적이다.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루 세 번 배가 오가고, 북리와 서포리로 가는 마을버스 노선도 잘 갖춰져 있어 대중교통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이 가능하다. 트레킹 코스는 능동 자갈마당에서 시작해, 소재 해변, 작은 쑥개, 운주봉, 비조봉을 거쳐 자연휴양림과 밭지름 해변, 그리고 진리 해변을 지나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트레킹 중에는 상점이 없기 때문에 충분한 간식과 물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며, 튼튼한 신발은 필수다. 선착장 주변에는 식당이 여러 곳 있어, 물회나 고등어구이 같은 식사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덕적도는 짧은 시간이지만 다양한 풍경과 이야기를 품고 있는 섬이다. 조용한 여행을 원하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혹은 일상에서 벗어난 하루를 보내고 싶을 때, 이 섬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오늘 소개한 덕적도 트레킹 코스가 여러분의 여행 계획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