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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브이로그

경북 예천, 진짜 힐링 여행은 이런 곳에서 시작됩니다

by 김도현 여행길 2025. 7. 16.

시작하며

경북 예천, 조용한 강과 초록 숲, 걷기 좋은 옛 철길과 사람 냄새 나는 골목들로 가득한 동네입니다. 시끄러운 도시를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때, 사람보다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을 때 이런 곳이 생각납니다. 이번 글에서는 맨발로 걷는 길부터 곡물라떼 한 잔, 예천 한우, 그리고 활 체험까지 예천의 구석구석을 천천히 걸으며 담아봤습니다.

 

 

1. 맨발로 걷는 길, 기차길은 사라졌지만 따뜻함은 남았습니다

(1) 옛 철도길이 산책로로 바뀌기까지

예천 신도시 개발로 폐선된 경북선 철도. 그 자리는 오랫동안 방치됐습니다. 잡풀이 무성하고 쓰레기가 쌓인 곳을 주민들과 지자체가 힘을 모아 ‘맨발 걷기길’로 바꿔 놓았습니다.

길에 깔린 마사토 덕분에 걷는 내내 발바닥이 자극돼 기분이 좋아지고, 그 자극이 자연스럽게 피로를 풀어줍니다. 저도 맨발로 걸어봤는데, 발 밑의 흙이 전하는 감촉이 생각보다 더 포근했습니다.

(2) 걷는 길 옆의 쉼터와 조격장

산책길 도중 만난 조격장에서는 지하수에 발을 담그며 한숨 돌릴 수 있습니다. 여름엔 시원한 물, 겨울엔 따뜻한 물이 제공되어 그야말로 계절에 딱 맞는 힐링 공간입니다.

📝 이때 챙겨두면 좋은 준비물들

  • 발 닦을 수건
  • 여벌 양말
  • 물병
  •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시간 여유

 

2. 천년을 살아낸 나무, 석송령을 만났습니다

(1) 세금 내는 소나무, 이름은 석송령

예천 석평마을의 석송령 소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닙니다. 700년 넘게 마을을 지켜왔고, 법적으로 ‘재산’으로 등록돼 세금까지 냅니다.

이 나무의 세금은 마을 장학금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주민 한 분은 “어지간한 어른보다 낫다”고도 하셨지요. 그만큼 오래되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나무입니다.

📝 석송령에 얽힌 이야기 정리

구분 내용
수령 약 700년 (고려 중기)
이름의 의미 석평마을의 ‘석’ + 신령한 ‘송령’
유래 큰 홍수 후 떠내려온 소나무를 마을에 심음
법적 지위 재산 등기된 국내 유일의 나무
용도 재산세 부과 → 장학금으로 사용

 

3. 곡물라떼 한 잔, 옛 파출소가 사랑방이 된 이유

(1) 구도심 속 낡은 건물의 변신

예천 구도심, 예전 파출소 자리에는 이제 감성 가득한 카페가 들어섰습니다. 90년대 감성이 묻어나는 인테리어에, 예천산 잡곡으로 만든 곡물 라떼가 주 메뉴입니다.

이 공간은 단순한 카페가 아닙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아이들을 보고 싶다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문화 공간이기도 하지요. 아이들 그림책 만들기, 북콘서트, 전시까지—말 그대로 동네의 ‘사랑방’입니다.

(2) 뿌리 깊은 재료, 곡물 라떼

예천에서 나는 잡곡이 이 카페의 핵심입니다. 서리태, 보리, 선비콩 등 다양한 곡물을 삶고, 쪄서, 곱게 갈아 만든 음료는 속이 편안하고 고소합니다. 단맛이 강하지 않아 어르신들에게도 잘 맞습니다.

📝 이 카페에서 볼 수 있는 변화들

  • 폐건물 → 지역 문화공간
  • 파출소 → 곡물 라떼가 나오는 사랑방
  • 어르신 중심 마을 → 아이들이 드나드는 공간
  • 주민 요청 → 청년 창업으로 실현

 

4. 활의 고장 예천, 직접 활을 당겨보았습니다

(1) 예천, 양궁의 메카

예천은 수많은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활의 고장’입니다. 전통 활(국궁)과 현대 양궁 모두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양궁은 조준점이 있는 현대식 활. 국궁은 조준선 없이 감으로 쏘는 전통 방식.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손에 힘이 꽤 들어가고, 온몸의 집중이 필요한 운동이었습니다.

(2) 움직이는 타겟, 양궁의 새로운 재미

정적인 양궁 외에도 움직이는 관역을 맞추는 체험도 있습니다. 집중력과 순발력을 요구하는 이 체험은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 활 체험 전 알아두면 좋은 팁

  • 양궁: 조준선 존재, 초보자도 쉽게 체험
  • 국궁: 전통 방식, 감각과 자세가 중요
  • 장비 착용법 미리 숙지 필요
  • 10발 정도는 쏴 봐야 감이 잡힘

 

5. 예천 한우, 맛의 차이를 만드는 땅과 먹이

(1) 참깨 먹인 한우, 고소함이 남다르다

예천 한우는 지역 특산물인 참깨를 먹여 길러 더 담백하고 고소하다고 합니다. 특히 안창살, 토시살, 새우살 같은 특수 부위를 숯불에 구워 소금에 살짝 찍어 먹으면 그 맛이 깊습니다.

(2) 지역 농가와 연결된 식재료

이곳의 한우는 대부분 지역 농가에서 직접 키운 소로 공급되며, 반찬도 예천산 채소로 구성됩니다. 고기를 곁들여 먹는 갓 장아찌도 예천에서 직접 담근 것입니다.

📝 예천 한우의 인기 부위별 특징

부위 특징
안창살 도톰하고 고소한 풍미
토시살 지방 함량 낮아 담백
새우살 등심을 감싸는 부분, 부드럽고 풍미 높음

 

6. 가족 여행이라면 곤충 생태원이 딱입니다

(1) 국내 최대 규모, 5만 평 생태 공간

예천 곤충 생태원은 5만 평 부지에 자리 잡은 국내 최대 규모의 곤충 체험장입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곤충의 생태와 순환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장수풍뎅이 유충, 번데기, 성충을 직접 만질 수 있고, 동굴 곤충 전시관에는 날개 없는 곤충이나 폐류 등 흔히 보기 어려운 곤충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2) 체험과 배움이 함께하는 공간

곤충 젤리 급이, 나비 온실, 꿀벌 체험존 등 볼거리와 놀거리가 다양하며, 전 과정에 해설이 함께해 이해를 도와줍니다.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가족에게 특히 추천합니다.

 

7. 트래킹과 쉼, 쌍절암 생태숲길

(1) 낙동강을 따라 걷는 4.2km 숲길

쌍절암 생태숲길은 자연 그대로를 살린 산책 코스입니다. 나무 그늘이 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강바람이 불어 더위를 잊게 해줍니다.

강변 풍경은 물론, 백로 서식지, 임진왜란 당시의 역사를 담은 ‘쌍절암’ 바위가 이 길의 상징입니다.

📝 쌍절암 생태숲길에서 만날 수 있는 자연

  • 낙동강 강변 풍경
  • 백로 군무
  • 역사적 바위(쌍절암)
  • 쉼터와 전망대

 

마치며

경북 예천은 한 템포 느려도 괜찮은 여행지입니다. 맨발로 흙길을 걸으며, 오래된 소나무 아래 앉고, 활을 당기고, 곤충을 만지고, 담백한 고기 한 점을 씹으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시끌벅적한 곳도 좋지만, 가끔은 조용한 마을에 나를 앉혀 두는 여행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천에서 보낸 시간은 저에게도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다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