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경북 예천, 조용한 강과 초록 숲, 걷기 좋은 옛 철길과 사람 냄새 나는 골목들로 가득한 동네입니다. 시끄러운 도시를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때, 사람보다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을 때 이런 곳이 생각납니다. 이번 글에서는 맨발로 걷는 길부터 곡물라떼 한 잔, 예천 한우, 그리고 활 체험까지 예천의 구석구석을 천천히 걸으며 담아봤습니다.
1. 맨발로 걷는 길, 기차길은 사라졌지만 따뜻함은 남았습니다
(1) 옛 철도길이 산책로로 바뀌기까지
예천 신도시 개발로 폐선된 경북선 철도. 그 자리는 오랫동안 방치됐습니다. 잡풀이 무성하고 쓰레기가 쌓인 곳을 주민들과 지자체가 힘을 모아 ‘맨발 걷기길’로 바꿔 놓았습니다.
길에 깔린 마사토 덕분에 걷는 내내 발바닥이 자극돼 기분이 좋아지고, 그 자극이 자연스럽게 피로를 풀어줍니다. 저도 맨발로 걸어봤는데, 발 밑의 흙이 전하는 감촉이 생각보다 더 포근했습니다.
(2) 걷는 길 옆의 쉼터와 조격장
산책길 도중 만난 조격장에서는 지하수에 발을 담그며 한숨 돌릴 수 있습니다. 여름엔 시원한 물, 겨울엔 따뜻한 물이 제공되어 그야말로 계절에 딱 맞는 힐링 공간입니다.
📝 이때 챙겨두면 좋은 준비물들
- 발 닦을 수건
- 여벌 양말
- 물병
-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시간 여유
2. 천년을 살아낸 나무, 석송령을 만났습니다
(1) 세금 내는 소나무, 이름은 석송령
예천 석평마을의 석송령 소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닙니다. 700년 넘게 마을을 지켜왔고, 법적으로 ‘재산’으로 등록돼 세금까지 냅니다.
이 나무의 세금은 마을 장학금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주민 한 분은 “어지간한 어른보다 낫다”고도 하셨지요. 그만큼 오래되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나무입니다.
📝 석송령에 얽힌 이야기 정리
구분 | 내용 |
---|---|
수령 | 약 700년 (고려 중기) |
이름의 의미 | 석평마을의 ‘석’ + 신령한 ‘송령’ |
유래 | 큰 홍수 후 떠내려온 소나무를 마을에 심음 |
법적 지위 | 재산 등기된 국내 유일의 나무 |
용도 | 재산세 부과 → 장학금으로 사용 |
3. 곡물라떼 한 잔, 옛 파출소가 사랑방이 된 이유
(1) 구도심 속 낡은 건물의 변신
예천 구도심, 예전 파출소 자리에는 이제 감성 가득한 카페가 들어섰습니다. 90년대 감성이 묻어나는 인테리어에, 예천산 잡곡으로 만든 곡물 라떼가 주 메뉴입니다.
이 공간은 단순한 카페가 아닙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아이들을 보고 싶다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문화 공간이기도 하지요. 아이들 그림책 만들기, 북콘서트, 전시까지—말 그대로 동네의 ‘사랑방’입니다.
(2) 뿌리 깊은 재료, 곡물 라떼
예천에서 나는 잡곡이 이 카페의 핵심입니다. 서리태, 보리, 선비콩 등 다양한 곡물을 삶고, 쪄서, 곱게 갈아 만든 음료는 속이 편안하고 고소합니다. 단맛이 강하지 않아 어르신들에게도 잘 맞습니다.
📝 이 카페에서 볼 수 있는 변화들
- 폐건물 → 지역 문화공간
- 파출소 → 곡물 라떼가 나오는 사랑방
- 어르신 중심 마을 → 아이들이 드나드는 공간
- 주민 요청 → 청년 창업으로 실현
4. 활의 고장 예천, 직접 활을 당겨보았습니다
(1) 예천, 양궁의 메카
예천은 수많은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활의 고장’입니다. 전통 활(국궁)과 현대 양궁 모두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양궁은 조준점이 있는 현대식 활. 국궁은 조준선 없이 감으로 쏘는 전통 방식.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손에 힘이 꽤 들어가고, 온몸의 집중이 필요한 운동이었습니다.
(2) 움직이는 타겟, 양궁의 새로운 재미
정적인 양궁 외에도 움직이는 관역을 맞추는 체험도 있습니다. 집중력과 순발력을 요구하는 이 체험은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 활 체험 전 알아두면 좋은 팁
- 양궁: 조준선 존재, 초보자도 쉽게 체험
- 국궁: 전통 방식, 감각과 자세가 중요
- 장비 착용법 미리 숙지 필요
- 10발 정도는 쏴 봐야 감이 잡힘
5. 예천 한우, 맛의 차이를 만드는 땅과 먹이
(1) 참깨 먹인 한우, 고소함이 남다르다
예천 한우는 지역 특산물인 참깨를 먹여 길러 더 담백하고 고소하다고 합니다. 특히 안창살, 토시살, 새우살 같은 특수 부위를 숯불에 구워 소금에 살짝 찍어 먹으면 그 맛이 깊습니다.
(2) 지역 농가와 연결된 식재료
이곳의 한우는 대부분 지역 농가에서 직접 키운 소로 공급되며, 반찬도 예천산 채소로 구성됩니다. 고기를 곁들여 먹는 갓 장아찌도 예천에서 직접 담근 것입니다.
📝 예천 한우의 인기 부위별 특징
부위 | 특징 |
---|---|
안창살 | 도톰하고 고소한 풍미 |
토시살 | 지방 함량 낮아 담백 |
새우살 | 등심을 감싸는 부분, 부드럽고 풍미 높음 |
6. 가족 여행이라면 곤충 생태원이 딱입니다
(1) 국내 최대 규모, 5만 평 생태 공간
예천 곤충 생태원은 5만 평 부지에 자리 잡은 국내 최대 규모의 곤충 체험장입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곤충의 생태와 순환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장수풍뎅이 유충, 번데기, 성충을 직접 만질 수 있고, 동굴 곤충 전시관에는 날개 없는 곤충이나 폐류 등 흔히 보기 어려운 곤충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2) 체험과 배움이 함께하는 공간
곤충 젤리 급이, 나비 온실, 꿀벌 체험존 등 볼거리와 놀거리가 다양하며, 전 과정에 해설이 함께해 이해를 도와줍니다.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가족에게 특히 추천합니다.
7. 트래킹과 쉼, 쌍절암 생태숲길
(1) 낙동강을 따라 걷는 4.2km 숲길
쌍절암 생태숲길은 자연 그대로를 살린 산책 코스입니다. 나무 그늘이 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강바람이 불어 더위를 잊게 해줍니다.
강변 풍경은 물론, 백로 서식지, 임진왜란 당시의 역사를 담은 ‘쌍절암’ 바위가 이 길의 상징입니다.
📝 쌍절암 생태숲길에서 만날 수 있는 자연
- 낙동강 강변 풍경
- 백로 군무
- 역사적 바위(쌍절암)
- 쉼터와 전망대
마치며
경북 예천은 한 템포 느려도 괜찮은 여행지입니다. 맨발로 흙길을 걸으며, 오래된 소나무 아래 앉고, 활을 당기고, 곤충을 만지고, 담백한 고기 한 점을 씹으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시끌벅적한 곳도 좋지만, 가끔은 조용한 마을에 나를 앉혀 두는 여행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천에서 보낸 시간은 저에게도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다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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