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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브이로그

소금강 길 따라 건천리, 그리고 광대곡까지 걷다

by 김도현 여행길 2025. 7. 8.

시작하며

강 따라 길을 걷는 건 언제나 마음이 정리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에는 화암리에서 시작해 소금강을 따라 건천리까지, 그리고 한참을 더 헤매다 겨우 도착한 광대곡까지, 오랜만에 ‘길 위의 하루’를 기록해 봅니다. 걷는 내내 마음속에 하나씩 남는 장면들이 있었고, 그걸 적어두고 싶어졌습니다.

 

 

 

1. 화암리에서 출발, 소금강을 따라 건천리까지 걷는 길

(1) 시작은 조용했던 화암리 마을에서

화암리는 강원도 정선 쪽에서도 조용하고 깊은 마을입니다. 예전부터 이 근방을 몇 번 지나긴 했지만, 출발지로 잡아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길은 금빛 흙먼지를 품고 있었고, 옆으로 흐르던 물길이 생각보다 투명해서 가끔은 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 몇 분이 마당 정리를 하다가 “어딜 그렇게 가냐”고 물어보시기도 했지요.

(2) 소금강 계곡, 이름답게 물은 맑고 길은 고요한

소금강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그저 이름만 예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물길을 따라 걷다 보니, 왜 소금강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물이 유난히 맑고 투명한데다, 바위도 하얗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깎여 있어서 눈이 편했습니다. 이런 물길 따라 걷는 길은 발이 힘들어도 마음은 가벼워지더군요.

 

2. 건천리 마을에서의 잠깐의 쉼

(1) 건천리 마을회관 앞 벤치에서 마신 물 한 모금

건천리까지는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그사이 햇볕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고, 흐르는 땀이 많아져 벤치에 앉아 작은 휴식을 가졌습니다.

회관 앞 정수기에서 받은 물 한 컵이 그렇게 고마울 줄은 몰랐습니다.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이후 광대곡까지의 길이 그렇게 험할 줄은 몰랐지요.

(2) 마을 어르신에게 들은 광대곡 이야기

그 벤치에서 쉬고 있을 때, 한 어르신이 “광대곡? 그건 좀 돌아가야지”라고 말해주셨습니다. 지도에는 가까워 보여도, 실제로는 오솔길도 끊기고 갈림길도 많아 생각보다 훨씬 헤매게 된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때부터 마음을 다잡았지요.

 

3. 광대곡까지, 예상을 훨씬 넘긴 산길의 연속

(1) 지도에는 안 나오는 갈림길, 다시 돌아가기도

건천리에서 광대곡까지는 실제 거리로는 멀지 않았지만, 문제는 길이 이어지지 않는 구간이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처음엔 지도만 보고 직선으로 들어갔다가, 가시덤불에 막히고, 또다시 흙이 무너진 비탈에서 멈추기도 했습니다.

몇 번이나 다시 돌아나와야 했고, 결국 오래된 산책 코스를 따라 한참을 돌아가야 했습니다.

(2) 광대곡 입구에서 맞이한 그 장면

광대곡 입구에 닿았을 때는 오후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늘이 져서인지 주변이 훨씬 시원하게 느껴졌고, 바람이 살짝 불어오는 느낌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거기서 본 절벽과 물줄기, 그리고 깊은 협곡의 모양은 마음속에 오래 남았습니다. 말 그대로 ‘찾기 힘든 길이었지만, 와보길 잘했다’ 싶은 순간이었습니다.

 

4. 이 길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정리해 둡니다

📝 처음 걷기 전에 알고 있어야 할 코스 정보들

구간 거리(약) 난이도 비고
화암리 ~ 소금강 4km 길이 잘 정비되어 있음
소금강 ~ 건천리 3km 자갈길, 완만한 오르막 포함
건천리 ~ 광대곡 4.5km 오솔길 끊김, 방향 혼동 주의

 

📝 이때 챙겨두면 좋은 준비물들

  • 생수 1.5L 이상 (중간에 급수처 거의 없음)
  • 지도 앱 + 보조 배터리
  • 얇은 팔토시 (그늘 부족한 구간 있음)
  • 가벼운 간식 (건천리 지나면 가게 없음)
  • 등산용 모자와 버프 (벌레 많고 해 강함)

 

5. 실제 걸으며 생각난 이야기들

(1) 예전 방식과 지금 방식의 차이

예전에는 지도 한 장 들고 걷던 길이었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이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다만 기술이 있어도 직접 걷는 수고는 여전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할 몫’이 남아 있더군요.

(2) 자연을 마주할 때마다 느끼는 것들

광대곡 입구에서 오래된 협곡 바위를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짧은 길을 원하지만, 자연은 돌아가는 길만 남겨두는구나 하고요.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결국 그곳에 닿게는 되어 있더군요.

 

마치며

화암리에서 출발해 건천리, 광대곡까지의 길은 생각보다 험하고 길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길을 걷고 나서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무작정 길을 나서기 전에 준비는 꼼꼼히, 그리고 걸을 땐 천천히. 이런 산길 여정은 그렇게 다녀야 오래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