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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브이로그

에어비앤비 누수 사태부터 시먼딩 호텔 정착까지, 현실적인 대만살이 기록

by 김도현 여행길 2025. 4. 4.

시작하며

누구나 한달살기를 꿈꾸며 낯선 도시에서의 여유로운 삶을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현실은 계획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타이페이에서 한달을 보내며 무려 7번이나 짐을 쌌고,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잇따랐다. 처음엔 그저 당황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모든 경험은 하나의 이야기로 남게 되었다. 이번 여정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불편함 속에서 찾아낸 새로운 적응의 기록이다.

 

1. 시작부터 꼬인 에어비앤비 생활

💧 침대 위로 떨어진 빗물

타이페이에 도착해 에어비앤비에 머문 지 사흘째 되던 날 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졌고, 그 빗방울은 그대로 침대와 이불을 적셨다. 새벽에 급히 짐을 정리하고, 호스트에게 연락해 다른 방으로 옮겨야 했다.

🧳 반복되는 방 이동

문제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방도 임시였고, 며칠 후 다른 투숙객이 예약한 상태였다. 덕분에 같은 숙소 안에서만 세 번이나 짐을 옮겨야 했다. 방은 넓고 창문도 있었지만, 안정감을 느낄 틈은 없었다. 매번 새로운 방에 적응하고 짐을 풀자마자 다시 싸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2. 익숙해진 동네, 하지만 다시 이사

🏘️ 아쉬웠던 스린 생활

비록 숙소는 불안정했지만, 스린 지역은 점점 익숙해졌다. 낮에는 조용하고, 밤에는 야시장이 활기를 더했다. 주변에 맛있는 음식점도 많아서 짧은 기간 안에 단골 가게까지 생겼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또다시 방을 비워야 했고, 결국 호텔로 이동을 결정했다.

🥪 인상 깊었던 스린 맛집들

  • 숯불 토스트 가게: 고기와 계란이 듬뿍 들어간 토스트가 인기였고,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줄 서는 곳이었다.
  • 홍루이젠 샌드위치: 간단하지만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었으며, 클래식 햄치즈가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였다.

🚉 이삿짐과 함께한 지하철 이동

더는 에어비앤비에 머물 수 없게 되자, 무거운 짐을 들고 지하철을 타야 했다. 이동 경로는 단순했지만, 캐리어와 가방을 끌며 도시 중심으로 들어가는 일은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컸다. 이삿짐을 끌며 출퇴근하듯 이동하는 그 순간이 꽤나 기이하게 느껴졌다.

 

3. 도심 속 호텔에서 찾은 안정감

🏨 처음으로 숨을 돌린 공간

타이페이 도심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을 때, 처음으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번화가 한복판에 있지만 내부는 조용했고, 청결한 환경에 하루라도 제대로 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런트에서 제공해준 웰컴 드링크는 단순한 서비스였지만, 그동안의 고생을 조금이나마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 근처에서 다시 시작된 식도락

  • 아종면선: 국물이 얼큰한 곱창 국수로, 현지의 맛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고, 긴 줄이 생기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 진천미: 오랜만에 다시 찾은 식당으로, 과거 여행의 기억이 떠올랐고 음식은 여전히 훌륭했다.
  • PX마트: 필요한 간식과 간단한 장보기를 해결할 수 있어 유용했다.

🌕 저녁이 되자 시작된 등불 축제

해가 지고 거리에 불이 하나둘 켜지자,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졌다. 거리 곳곳에서 등불이 반짝였고, 사람들은 축제처럼 흥에 겨워 있었다. 불편한 하루였지만, 그 풍경 하나로도 피로가 조금은 사라졌다. 도심의 번화함과 함께하는 야경은 낯설면서도 설렜다.

 

4. 이삿짐과 함께한 여정의 끝자락

🧘‍♀️ 진짜 쉼을 느낀 첫날

호텔 방에 짐을 내려놓고 나니, 드디어 어딘가에 정착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더 이상 짐을 싸지 않아도 되고, 매일 새로운 방에 적응하지 않아도 되는 그 안정감은 매우 컸다. 단순한 숙소 이동이 이렇게까지 심신을 지치게 할 줄은 몰랐던 터라, 그 여유는 배가 되었다.

📊 한눈에 보기 쉽게: 호텔 vs 에어비앤비 비교

항목 에어비앤비 호텔
청결 호스트에 따라 차이 큼 전문 인력 상주로 유지
위치 거주지 중심, 한적함 도심 중심, 교통 편리
서비스 셀프 기반, 지원 적음 프런트 상시 응대 가능
가격 장기 할인으로 유리 일일 요금제, 유동적

 

5. 예상치 못한 변화가 남긴 것들

🌿 계획과 다른 여정의 의미

처음부터 계획한 대로 흘러간 건 거의 없었다. 빗물에 젖은 침대, 쫓기듯 옮긴 짐, 도심 호텔로 이어지는 이사 행렬. 하지만 되돌아보면 이런 불편함이 여행을 더 깊이 있게 만들어주었다. 의도치 않게 다양한 지역을 경험하게 되었고, 생각보다 더 넓은 타이페이를 느낄 수 있었다.

📦 반복된 짐싸기에서 배운 것

일곱 번의 짐싸기는 단순한 수고가 아니었다. 그 안엔 적응, 포기, 타협이 담겨 있었고, 매 순간을 유연하게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익숙함을 포기하고 낯선 곳으로 나아가는 것이 결코 두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이번 여행을 통해 다시 느낄 수 있었다.

🍻 호텔 맥주 한 잔의 여유

호텔 체크인 후 받은 과일 맥주는 그 자체로 작지만 큰 위로였다. 매일 반복되던 긴장감이 풀리는 순간이었고, 이젠 정말 이사 없이 안정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불편했던 시작이 오히려 좋은 마무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장면이었다.

 

마치며

타이페이에서의 한달살기는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누구보다 많이 이사를 했고, 매번 예상치 못한 일에 부딪혔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일상처럼 녹아든 소소한 풍경들, 짐을 들고 걷던 거리들, 호텔방 창문 밖으로 보이던 시먼딩의 야경이 하나하나 기억에 남는다.

불편하고 복잡했던 여정이었지만, 이 경험은 앞으로의 여행에서 큰 기준이 되어줄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그 안에서 나만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여행의 또 다른 본질이 아닐까. 결과적으로 잘 견뎌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기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