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봄이 시작되는 4월, 사람들로 북적이는 피크 시즌을 피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기대하며 홋카이도로 떠났다. 삿포로와 오타루는 겨울의 활기를 지나 한결 여유로운 느낌이 가득했다. 특히 줄 서지 않고 인기 맛집을 다녀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만족 포인트였다. 전체 일정은 먹고 마시고 느긋하게 걷는 데 집중했고, 유명한 스프카레와 라멘, 초밥, 디저트까지 빠짐없이 챙겼다.
1. 신상 호텔에서 시작한 삿포로 첫날
삿포로역 근처에 위치한 비아 인 프라임 삿포로 오오도리 호텔은 2023년 9월에 새로 문을 연 곳으로, 내부 시설이 매우 깔끔했다. 로비에는 셀프로 캐리어를 맡기는 공간이 있어 체크인 전에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고, 방 안의 창이 넓어 답답하지 않았다. 욕실도 청결했고, TV에서는 대욕장과 세탁실의 실시간 이용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14층에는 자판기와 얼음기까지 갖춘 세탁실이 있었고, 대욕장도 정돈된 분위기라 만족스러웠다.
2. 눈물 날 뻔했던 매운 스프카레
삿포로에서는 스프카레를 빼놓을 수 없다. 이번에는 ‘트레져’라는 이름의 스프카레 전문점을 찾았다. 다양한 토핑을 고를 수 있었고, 야채 스프카레에 매운맛 19단계를 선택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자극적이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도 당황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일본에서 이런 강한 매운맛을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매운 음식이 그리운 사람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3. 조용한 분위기에서 즐긴 로컬 이자카야
SNS에서 자주 언급되는 ‘로바다야 쿠시로’는 평소라면 예약이 어려울 만큼 인기 많은 이자카야지만, 4월에는 예약 없이도 넉넉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카운터석에 앉아 셰프가 직접 구워주는 음식을 바로 받아볼 수 있어 특별한 느낌이었다. 임연수 숯불 구이, 감자버터, 생맥주를 주문했고, 다른 손님들이 주문한 메뉴들도 하나같이 먹음직스러웠다. 한국어 메뉴도 제공되어 주문에 어려움은 없었다.
4. 줄 없는 라멘집, 언제 또 올까 싶었다
겨울이면 1~2시간 기다려야 하는 삿포로의 유명 라멘집들도 4월에는 한결 수월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 ‘신겐’에서는 기본 라멘과 볶음밥을 먹었고, ‘에비소바 이치겐’에서는 진한 새우 국물의 라멘을 맛봤다. 각각의 집마다 특색이 뚜렷해 둘 다 가볼 만했다. 특히 에비소바는 면 굵기와 국물 농도를 선택할 수 있어 입맛에 맞는 조절이 가능했다.
5. 샌드위치가 이 정도라고?
에비소바 이치겐 근처에 있는 ‘산도리아’는 샌드위치 종류가 정말 다양하고 가격도 부담 없었다. 빵이 촉촉하고 부드러워 일반 편의점 제품과는 차원이 달랐다. 딸기 산도도 인상 깊었고, 간단한 아침이나 간식으로 좋았다.
6. 디저트 카페와 초밥집, 먹방은 계속된다
디저트는 ‘旅cafe Triche’에서 마무리했다. 이곳은 비주얼에 진심인 카페로, 메뉴 하나하나가 귀엽고 독특했다. 특히 초코 곰돌이를 따뜻한 우유에 넣어 먹는 핫초코는 보는 재미와 먹는 재미를 동시에 줬다. 딸기 파르페도 맛과 비주얼 모두 만족스러웠다.
점심은 회전초밥으로 유명한 ‘토리톤’ 토요히라점에서 해결했다. 평소에는 줄이 긴 편이지만 비수기 덕분인지 오픈 40분 전부터 대기하는 몇 명 외에는 한산한 편이었다. 자리에 앉아 테이블에 설치된 패드로 주문하면 바로 만들어 주는 시스템이라 신선한 초밥을 빠르게 즐길 수 있었다. 메뉴가 워낙 많아 고르는 데만 시간이 꽤 걸릴 정도였다.
7. 삿포로 맥주 박물관과 숯불 징기스칸
삿포로 맥주 박물관은 맥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입장은 무료이며, 전시 공간에서는 사진 촬영은 가능하지만 영상 촬영은 제한된다. 맥주 시음은 1층에서 가능하고, 3종 세트를 1,000엔에 맛볼 수 있다. 신선하고 차가운 맥주를 마시며 삿포로 맥주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시간이었다.
저녁은 ‘아지노히츠지가오카’라는 징기스칸 전문점을 선택했다. 혼자서도 숯불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고, 고기를 추가 주문하면 야채는 무료로 제공되었다. 야채 무료 제공 관련 리뷰에 오해가 있었던 듯하지만, 현지인 손님에게도 동일한 조건이 적용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현지 느낌이 살아 있어 조용하게 식사하기에 제격이었다.
8. 수프카레 스아게+ 그리고 오타루로 이동
다음 날 아침, 조용한 골목길에 위치한 ‘스아게+’라는 스프카레 전문점을 찾았다. 2층에 위치한 이곳은 현금 결제만 가능했고, 치킨카레를 주문하면 꼬치에 꽂힌 닭고기가 숯향 가득하게 나온다. 구운 야채도 풍성하게 나와서 만족도가 높았다. 내부 벽면에는 여러 연예인의 사인도 가득했다.
식사를 마친 후 오타루로 이동했다. 미나미오타루역에서 내려 첫 번째로 들른 곳은 오르골당 본관이었다. 2만5천 개가 넘는 오르골이 전시된 이곳은 규모도 크고 볼거리도 많아 천천히 둘러보기 좋았다. 2층에서 내려다보는 내부 전경도 아름다웠고, 정문 앞의 증기시계에서는 정각마다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9. 오타루의 감성 명소와 오뎅 간식
오타루 중심가에서 조금만 걸으면 만날 수 있는 기타이치홀은 유리공예와 레스토랑이 함께 있는 공간이다. 내부는 촬영은 가능하지만 영상은 금지되어 있고, 매일 아침 오픈 시간에 맞춰 하나하나 램프에 불을 켜는 ‘점등식’이 유명하다. 이 점등식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아늑하고 조용했다. 이곳에서는 밀크티 플로트를 마시며 천천히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근처에 있는 카마에이 공장직영점에서는 갓 만들어진 오뎅을 낱개로 판매하고 있었고, 종류도 정말 다양했다. 촉촉하고 탱글탱글한 식감이 인상적이었고, 뜨끈한 오뎅 하나가 제법 든든했다. 내부에는 포장된 어묵 제품과 기념품도 함께 진열돼 있었고, 귀여운 디자인의 소금 세트가 눈에 띄어 하나 구입했다.
10. 오타루 운하와 주변 풍경
오타루에 왔다면 빠질 수 없는 장소가 바로 오타루 운하다. 딱히 특별한 구조는 아니지만, 어딘지 모르게 정겨운 분위기와 조용한 물길이 매력적이었다. 낮보다는 해질녘이나 밤에 조명이 들어왔을 때가 훨씬 더 근사한 풍경을 보여준다. 천천히 걷기 좋고, 사진 찍기에도 좋다.
운하를 따라 걷다 보면 옛 철길인 구 테미야선이 이어지는데, 그 끝에 자리한 Freelance라는 카페에 들어갔다. 내부는 촬영이 제한되어 있었지만, 오래된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재즈 음악과 조명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그 조용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11. 치킨 정식과 디저트로 마무리
점심은 나루토 본점에서 해결했다. 치킨 반마리에 밥, 된장국, 두부가 함께 나오는 정식이 1,300엔이었고, 생맥주는 580엔이었다. 닭고기는 바삭하면서도 쫄깃했고, 간이 센 편이라 밥과 함께 먹기에 딱 좋았다. 간장소스보다는 짭조름한 간이 베이스라 단독으로 먹으면 짤 수 있어 밥은 꼭 함께 시키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오타루 밀크플랜트였다. 오타루역에서 도보로 약 20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고, 관광지와는 거리가 좀 있어 대부분 현지 손님들이 찾는다. 가장 인기 있는 레인보우 아이스크림(650엔)은 진한 우유 맛이 베이스로, 부드럽고 고소했다. 관광객이 붐비지 않아 조용하게 즐기기 좋은 디저트 가게였다.
12. 신치토세 공항에서의 마지막 한 끼
홋카이도 여행의 마지막 식사는 신치토세 공항에서 마무리했다. Calbee PLUS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갓 튀긴 감자칩을 먹었는데, 사라다맛과 베이컨맛 모두 식감이 독특하고 바삭해서 만족스러웠다. 줄이 길어 못 먹었다는 사람도 많은데, 이번엔 운 좋게 바로 살 수 있었다. 면세점 내부에는 식당들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어 마지막 생맥주와 오니기리로 여정을 정리할 수 있었다.
마치며
4월의 홋카이도는 관광객이 적고, 유명한 음식점을 줄 서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만족스러운 시기였다. 스프카레, 라멘, 초밥, 징기스칸, 디저트까지 어느 하나 아쉬운 음식이 없었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다음에도 굳이 붐비는 시즌을 선택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비수기 여행은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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