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서울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 중 하나, 동대문. 패션과 유통의 중심지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 지역엔 오래된 먹자골목이 여전히 건재하다.
그중에서도 생선구이 골목과 곱창볶음 골목은 오랜 시간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켜온 장소다. 낮과 밤, 전혀 다른 시간대에 문을 열고, 각자만의 방식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두 골목은 그 자체로 동대문의 또 다른 얼굴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각각의 골목이 어떤 분위기와 맛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하루 코스로 어떻게 둘러볼 수 있는지 천천히 살펴본다.
1. 새벽부터 시작되는 생선구이 골목
동대문 생선골목은 하루가 남들보다 훨씬 일찍 시작된다. 해가 뜨기도 전에 가게 주인들은 청량리시장 같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가장 신선한 재료를 고르기 위해 직접 눈으로 생선과 채소를 고르는 것이 오랜 습관이다.
이 골목의 핵심은 연탄불 초벌구이다. 고등어, 갈치, 삼치 같은 생선을 먼저 초벌한 후, 점심시간에 다시 한 번 노릇하게 구워 손님상에 낸다. 초벌은 단순히 편의를 위한 게 아니라, 연탄불 특유의 화력을 잘 활용하기 위한 방식이다.
하루에 사용하는 생선 양이 많다 보니, 조리와 장보기는 부부가 나눠서 맡는다. 남편은 시장에서 재료를 고르고 초벌을 준비하고, 아내는 주방에서 반찬을 만든다. 요즘은 자녀가 함께 가게를 돕는 경우도 흔하다.
2. 점심시간이면 북적이는 생선골목
오전 11시부터는 골목의 분위기가 확 바뀐다. 쇼핑몰 상인들, 주변 회사원들, 택배 기사들까지 가게 앞에 줄을 선다. 어떤 날은 TV나 유튜브 방송을 보고 찾아온 손님들도 꽤 많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단연 모둠 생선 백반이다. 3~4가지 생선이 접시에 담겨 나오고, 밥과 국, 반찬까지 함께 나온다.
가격대는 10,000원에서 12,000원 선으로, 동대문 물가를 고려하면 꽤 합리적인 수준이다. 반찬 리필도 눈치 보지 않고 요청할 수 있다.
🎣 인기 생선구이 구성
- 고등어구이: 연탄불에 기름기 쫙 빼서 담백함
- 모둠 생선 백반: 고등어, 갈치, 삼치 구성 + 밥, 국, 반찬
- 밑반찬: 콩나물무침, 김치, 무생채 등 매일 달라짐
- 추억의 불맛: 연탄 특유의 아궁이 향으로 옛 기억 자극
밥을 한 공기 더 시키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생선 한 점. 어떤 손님은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던 맛과 비슷하다”고 말하며, 연탄불 위에서 바삭하게 구워진 생선을 음미한다.
3. 저녁이 되면 활기를 찾는 곱창골목
생선구이 골목이 점차 조용해지는 오후 시간대, 골목 어귀 다른 쪽에서는 새로운 불빛이 켜지기 시작한다. 그곳이 바로 곱창볶음 골목이다.
낮에는 한산하지만 해가 지기 시작하면 서서히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 골목의 매력은 지글지글 소리와 매운 향기다. 초벌된 곱창을 철판 위에서 볶는 장면은 지나가는 이들의 눈과 코를 사로잡는다. 연탄불로 한 차례 잡내를 잡은 뒤, 철판에서 다시 볶아내면서 불향과 쫄깃한 식감을 동시에 잡는다.
양념은 집집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고춧가루가 기본이다. 거기에 마늘, 양파, 매실청, 간장 등을 넣어 개성 있는 매운맛을 만든다. 단맛보다는 칼칼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라 입에 부담이 적다.
오래된 가게들이 대부분이고, 부모님의 장사를 자식이 잇는 집도 있다. 그만큼 손님들과의 관계도 오랜 시간 쌓여 있다. 일부 손님은 “어릴 적 엄마 손잡고 왔다가, 지금은 친구들과 다시 오는 곳”이라고 할 정도다.
4. 넉넉한 양과 구성으로 인기 많은 메뉴
곱창볶음은 1인분에 약 12,000원 정도. 하지만 나오는 양과 구성을 보면 가격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으로 곁들여지는 국, 쌈 채소, 마늘, 고추, 양파 등은 거의 찬합 한 상 수준이다.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볶음밥 마무리다. 곱창을 다 먹고 난 뒤 남은 양념에 밥, 김가루, 참기름을 넣어 바삭하게 눌러 만든 볶음밥은 그야말로 별미다. 이 볶음밥을 먹기 위해 곱창을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 곱창골목 메뉴 구성 요약
- 돼지곱창볶음: 1인분 기준 12,000원 내외
- 기본찬 구성: 쌈, 국, 마늘, 고추, 양파 등
- 볶음밥 추가: 2,000~3,000원 수준, 철판에 눌러 구움
- 서비스 문화: 리필과 친절한 응대가 기본
사장님들은 손님이 많든 적든 늘 같은 양, 같은 마음으로 음식을 만든다고 말한다. 이런 정성과 푸짐함이 단골을 계속해서 불러 모으는 비결이다.
5. 하루 두 끼, 동대문에서 즐기는 골목식사
생선구이와 곱창볶음은 시간대가 달라서 하루에 두 끼 모두 맛보기 좋은 조합이다. 동선도 복잡하지 않아서 가볍게 산책하듯 이동하며 식사를 즐기기 좋다.
아침이나 점심에는 생선구이, 그리고 저녁에는 곱창볶음으로 하루를 나눠보는 식이다.
두 골목을 오가며 동대문 일대를 둘러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쇼핑몰 구경,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방문, 창신동 골목 탐방 등도 함께 즐기면 하루가 알차게 구성된다.
🗓️ 추천 일정표
- 오전 11:00~12:30 생선구이 골목에서 점심 (모둠 생선 백반 추천)
- 오후 1:00~5:00 동대문 쇼핑몰 또는 DDP, 창신동 일대 구경
- 오후 5:30~7:00 곱창골목에서 저녁 (곱창볶음 + 볶음밥 마무리)
짧은 도보 거리 안에서 동대문 특유의 골목 정서와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일정은 여행자들에게도, 서울 시민들에게도 만족도가 높은 하루 코스다.
마치며
동대문은 패션의 거리, 쇼핑의 중심지로만 기억되기 쉽다. 하지만 그 속 깊은 골목으로 들어가 보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생선구이 골목은 아침의 정성, 곱창볶음 골목은 저녁의 활기를 담고 있다. 그 속엔 단순한 메뉴 이상으로 삶의 리듬과 가족의 손길, 그리고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식사를 하러 간 것이지만, 결국 한 그릇의 따뜻함 속에서 사람 냄새를 느끼고, 옛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장소. 그게 바로 동대문 먹자골목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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