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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서울역~용산역 철도 지하화 가능할까? 공사 현실과 과제 분석

by 김도현 여행길 2025. 4. 2.

시작하며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철도, 특히 서울역에서 용산역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단순한 선로 그 이상이다. 전국으로 뻗어 나가는 철도의 중심이자 수도권 내 주요 환승 지점이 몰려 있는, 교통의 심장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구간을 지하로 옮기는 ‘지하화’ 논의가 최근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단지 선로를 땅에 묻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서울 도심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큰 흐름과 맞닿아 있는 주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서울역에 가봤을 것이다. 기차를 타기 위해,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혹은 근처 사무실이나 백화점, 숙박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그러나 서울역 앞에 서서 느끼는 인상은 의외로 ‘답답함’이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고, 여러 교통수단이 겹쳐 있지만 광장은 좁고, 주변 건물들은 높다. 시야는 막혀 있고, 역사 앞에 느껴지는 개방감은 거의 없다.

이런 환경은 도시 설계나 미관 면에서뿐 아니라, 이용자 경험에서도 한계를 드러낸다. 반면, 용산역 앞은 비교적 탁 트인 구조에 공터와 공원이 연결돼 있어 같은 도심 내 철도역이라 해도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이런 차이는 결국, 지상 철도와 그 위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도시 전체의 인상이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1. 서울역 앞의 구조적 한계

서울역은 명실상부한 수도 서울의 제1역이다. 그러나 정문으로 나오자마자 보이는 풍경은 꽉 막혀 있는 느낌이다. 서울스퀘어, 세브란스 재단 빌딩, 힐튼호텔 등 고층 건물들이 정면을 가로막고 있어 공간 자체가 협소하게 느껴진다. 보행자 입장에서는 역을 빠져나오자마자 광장보다 도로와 빌딩 숲이 먼저 다가오는 구조다.

게다가 이 일대는 상시 공사 구간처럼 느껴진다. GTX 노선 공사, 광장 정비, 철도 주변 공사 등으로 매번 땅이 파헤쳐지고 다시 덮이는 일이 반복된다. 실제로 역사 앞 바닥도 몇 년 새 여러 차례 뜯었다가 덮는 과정을 거쳤다. 이는 도시계획의 일관성이 부족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고, 주변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도 떨어뜨린다.

 

2. 왜 '지하화' 이야기가 반복되는가

서울역~용산역 구간은 단순히 열차가 지나가는 길이 아니다. 주변 도시와 공간을 단절시키는 경계선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에 핵심 문제가 있다. 도심 속에서 지상 철로가 차지하는 면적은 상당하며, 이 철로가 도시의 흐름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철도를 지하로 옮기는 것이다. 철로를 땅속에 묻으면 도시 단절 문제가 일부 해소되고, 지상 공간을 공원이나 광장, 상업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만큼 주변 지역의 가치도 높아질 수 있고, 도심 환경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철도 지하화는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비용 문제다. 일반적으로 지하철이나 경전철 같은 노선이라 해도 1km 공사에 약 1,000억원이 든다고 알려져 있다. 서울역에서 용산역까지는 약 5km, 그것도 고속열차와 디젤 열차가 오가는 구간이기 때문에 훨씬 더 큰 예산이 필요하다.

 

3. 민간 자본 유치가 답일까

이렇게 큰 예산을 단순히 세금으로 충당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과거 KTX 역사를 지을 때처럼 민간 자본을 유치해 개발 수익으로 회수하는 구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단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채권을 발행해서 자금을 끌어온 뒤 공사를 진행한다. 이후 지상에 복합시설, 오피스, 상업지구를 조성하고, 분양이나 임대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 모델은 이미 한국 여러 도시에서 시도된 바 있다. 하지만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공사 완료 후 땅이 팔리지 않거나, 시설이 들어서도 공실률이 높다면 결국 비용 부담이 정부나 지자체에 전가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역 앞처럼 공간이 좁고, 주변 환경이 혼잡한 경우 개발 매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4. 공사 방식의 현실적인 선택지

도심 한가운데에서 철도를 지하화하려면 공사 방식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기존 철도 운행을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진행하려면 상당한 기술력과 시공 경험이 필요하다.

  • 개착식 공사: 땅을 파서 구조물을 만들고 다시 덮는 방식이지만, 이 방법은 도심지에서는 교통 혼란이 크다.

  • TBM(Tunnel Boring Machine) 방식: 땅속 깊은 곳에서 터널을 파는 방식으로, 비교적 지상 교통에 영향이 적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최근 들어 TBM 기술이 많이 발전했고, 시공 경험도 축적되면서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존 열차 운행을 유지하면서 지하화를 진행한다는 점은 큰 제약이다.

 

5. 용산 개발과 지하화의 연결

용산역과 그 주변은 이미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용산 정비창 부지에는 국제업무지구가 조성될 예정이고, 주변에는 공원과 녹지 축이 계획돼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서울역~용산역 구간의 철도 지하화는 단독 사업이라기보다 용산 개발의 연장선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서울역 북부는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고, 아직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구간까지 지하화가 연계된다면, 도심 전체의 균형 있는 개발이 가능해진다. 특히 서울역~용산역 구간이 하나의 연속된 공원축이나 복합 공간으로 연결될 경우, 도심의 인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6. 데크 방식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모든 철도를 지하로 묻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재정적으로도 부담이 크다. 그래서 대안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데크 방식'이다. 이는 지상 철로를 그대로 두고, 그 위에 구조물을 덮어 공원이나 광장처럼 활용하는 방법이다.

데크 방식은 겉으로 보기에는 지하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열차가 지상에서 계속 다니고 있기 때문에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도시 단절 문제도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고, 소음과 진동 역시 그대로 남는다. 게다가 시야를 차단하는 구조물 때문에 도시경관이 더 폐쇄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물론 공원이나 공공시설을 조성하는 데는 활용도가 높고, 비용도 지하화보다 저렴하다. 그래서 일부 구간에서는 현실적인 절충안으로 데크 방식을 적용할 수 있지만, 핵심 구간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7. 서울역과 용산역의 구조 비교

서울역과 용산역은 모두 대형 철도역이지만 주변 환경과 도시 구조는 사뭇 다르다. 서울역 앞은 높은 건물과 좁은 공간으로 인해 시야가 막혀 있고, 보행자 동선도 복잡하다. 반면 용산역은 비교적 개방된 공간에 광장과 공터, 녹지가 연결되어 있다.

  • 서울역: 고층 건물로 둘러싸여 있고, 도로와 건물이 역사 바로 앞까지 붙어 있다.

  • 용산역: 앞이 탁 트여 있으며, 공원과의 연결성이 좋고, 도보 이동도 수월하다.

이런 차이는 도시에서 역이 가지는 역할, 이용자의 경험, 주변 지역의 발전 가능성까지 모두 다르게 만든다. 서울역은 중심이지만 답답한 느낌이 강한 반면, 용산역은 여유롭고 개방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마치며

서울역과 용산역을 잇는 철도 구간의 지하화는 단순한 교통 정비 사업이 아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중요한 결정이다. 지하화가 실현되면, 도시 단절 문제를 해소하고 새로운 공공 공간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하지만 공사 방식, 예산 조달, 민간 투자 유치, 기술적 제약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매우 많다. 단순히 이상적인 그림만 그릴 게 아니라, 현실적인 실행 가능성과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 속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은 그 출발점에 서 있는 단계다. 서울역~용산역 지하화는 언제, 어떻게 실현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그 과정에서 도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는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