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누군가 유럽에서 자연을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는 여행지를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스위스를 떠올릴 것이다. 하얗게 덮인 알프스, 조용한 호숫가 마을, 그림처럼 놓인 기차길까지. 하지만 현실적으로 스위스 여행을 계획하다 보면 부담스러운 물가와 높은 숙소 비용, 음식 선택의 어려움 때문에 망설이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같은 알프스를 경험하면서도 조금은 색다르고 여유로운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은 없을까? 그 대안으로 주목받는 곳이 바로 이탈리아 북부의 돌로미티 지역이다. 스위스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돌로미티가 더 좋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번 글에서는 왜 돌로미티가 스위스를 대신할 수 있는 멋진 여행지인지, 그 이유들을 하나씩 소개해보려고 한다.
1) 알프스를 꼭 스위스에서만 봐야 하는 건 아니다
알프스 산맥은 스위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탈리아를 포함해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등 여러 나라에 걸쳐 있는 광활한 산맥이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의 돌로미티는 독특한 지형과 광활한 풍경 덕분에 알프스 중에서도 독보적인 매력을 가진 지역으로 꼽힌다.
이 지역의 면적은 서울의 26배가 넘을 정도로 넓고, 고산 평원부터 날카롭게 솟아오른 절벽, 부드러운 언덕과 초원까지 다양한 자연 지형이 공존한다. 같은 알프스라도 스위스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세체다(Seceda)는 마치 조각한 듯한 절벽의 실루엣이 인상적인 곳이며,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i)는 유럽에서 가장 넓은 고산 초원으로, 야생화와 초지 위를 거니는 동물들까지 더해져 평화로운 풍경을 완성한다.
2) 사계절 내내 즐길 거리 가득
돌로미티의 또 다른 매력은 사계절 내내 다양한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따뜻한 계절에는 하이킹이나 트래킹 코스가 잘 마련되어 있고, 어렵지 않게 곤돌라나 케이블카를 타고 높은 지대에 오를 수 있어 초보자도 무리 없이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겨울에는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스키장 네트워크인 ‘돌로미티 슈퍼스키’가 운영된다. 1,200km가 넘는 슬로프와 450개 이상의 리프트가 연결되어 있어, 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하루 종일 지루할 틈 없이 설원을 달릴 수 있다. 눈 질도 좋아서 파우더 스노우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인기다.
자전거, 패러글라이딩, 암벽등반까지도 가능해, 단순히 풍경을 보는 것을 넘어 몸을 움직이며 자연을 만끽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이상적인 장소다.
3) 여행 경비가 덜 부담스럽다
스위스 여행이 꺼려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비용이다. 식사 한 끼에 4만~7만원, 호텔은 1박에 30만원이 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돌로미티는 이탈리아의 북부 지역답게 상대적으로 물가가 합리적이다.
평균적으로 식비와 숙소, 케이블카 요금까지 모두 감안해 보면 스위스보다 30~50% 정도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주일간 여행할 경우, 숙박과 식사만 비교해도 최대 100만원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만큼 여행 예산을 줄일 수 있다는 건 더 긴 일정이나 다른 경험에 예산을 투자할 수 있다는 의미다.
4) 음식에서 오는 만족감
이탈리아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음식이다. 돌로미티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중심지나 대도시처럼 식당이 몰려 있진 않지만, 어디를 가든 기본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피자, 파스타, 리조또, 스테이크 등 익숙한 메뉴는 물론이고 와인까지 곁들일 수 있어 식사의 즐거움이 크다.
게다가 이 지역은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음식문화도 다채롭다. 독일식 절인 양배추나 헝가리 스타일의 굴라쉬, 오스트리아식 디저트 등 다양한 유럽 음식들이 한 식탁에 올라올 수 있다.
와인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고산지대에서 생산된 화이트 와인은 미네랄 향이 풍부하고, 가격 대비 품질도 좋아 현지에서 10~15유로 정도면 꽤 괜찮은 와인을 맛볼 수 있다.
5) 북적이지 않아 더 여유로운 여행
스위스는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인기 여행지다 보니, 특히 성수기에는 기차역이나 명소마다 사람들로 붐비는 경우가 많다. 풍경은 아름답지만 그만큼 복잡하고, 조용히 자연을 감상하기 어려운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반면, 돌로미티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덕분에 더욱 한적한 분위기에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아시아권 관광객 비중이 적어, ‘정말 멀리 떠나왔구나’ 하는 기분이 든다. 혼잡한 명소에서 벗어나 조용히 트레킹하거나, 카페 테라스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는 여유로운 시간은 돌로미티의 큰 장점이다.
비수기인 9월 말쯤 방문한다면 날씨도 쾌적하고, 붐비지도 않아 훨씬 쾌적한 여행이 가능하다. 주변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기에도, 가만히 풍경을 즐기기에도 좋은 시기다.
6) 이탈리아 다른 도시와의 연계가 쉬움
돌로미티는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여행 동선상 이탈리아 다른 도시들과의 연결이 매우 좋다. 같은 나라 안에서 이동하니 교통비나 시간 부담이 적고, 열차나 차량으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이 덕분에 돌로미티에서 자연을 만끽한 뒤, 이탈리아 남부로 내려가 도심 여행을 이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도시들을 연계한 여행도 충분히 가능하다.
- 로마, 피렌체: 고대 유적과 예술작품이 가득한 문화 중심지
- 토스카나: 포도밭과 시골 마을의 여유로움이 있는 곳
- 베니스: 수상도시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
- 아말피 해안과 시칠리아: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이국적인 정취가 매력적인 지역
이처럼 돌로미티는 그 자체로 훌륭한 자연 여행지이면서, 다른 테마의 여행지들과도 잘 어우러지는 위치다. 같은 나라 안에서 도시와 자연, 역사와 바다를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건 꽤 큰 메리트다.
7) 유로화를 사용하는 편리함
마지막으로 여행 중 간과할 수 있는 실질적인 차이점 하나는 화폐 사용의 편리함이다. 스위스는 자국 통화인 스위스 프랑(CHF)을 사용하고, 이탈리아는 유로화를 쓴다. 유럽 여러 나라를 함께 여행할 계획이라면, 유로화가 훨씬 범용성이 높다.
물론 카드 사용이 대부분 가능하지만, 외곽 마을이나 숙소, 세탁비나 소액 자릿세 등은 여전히 현금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유로화를 그대로 쓰는 이탈리아가 더 편리하다.
작은 비용 차이일지라도, 여러 차례 반복되면 누적되고 결국 여행의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탈리아는 여행자에게 실질적인 편의성까지 갖춘 나라다.
마치며
스위스 알프스는 아름답지만, 그 대안으로 떠오른 이탈리아 돌로미티 역시 그에 못지않은 자연과 매력을 갖춘 여행지다. 오히려 더 합리적인 물가, 다양한 음식문화,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도시 간 연계성까지 고려한다면, 돌로미티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무엇보다, 똑같은 알프스 산맥이지만 서로 다른 나라와 문화에서 바라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느낌의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자연 속에서 쉼을 찾고 싶거나, 유럽의 풍경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탈리아 돌로미티를 꼭 한번 경험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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