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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브이로그

종로 맛집 투어: 3,000원 소주부터 김치찌개까지, 완벽한 낮술 코스

by 김도현 여행길 2025. 4. 5.

시작하며

혹시라도 마음이 지치고 도시가 너무 차갑다고 느껴진다면 그때 꼭 이곳에 들러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따뜻한 된장찌개 한입과 차디찬 소맥 한잔에 마음이 풀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메뉴판에 뚜렷하게 적힌 참이슬 3,000원에 입고 있던 미소가 다시 피어날지 모릅니다. 오늘 영상은 종각역에서 시작해서 걸어서 들를 수 있는 1차, 2차, 3차, 4차까지 가볍게 소개드립니다.

서울의 중심, 종각. 도시의 시간은 유난히 빠르게 흐르지만, 그 한복판 지하 어딘가에는 여전히 따스한 숨결을 품은 작은 세계가 느리게 존재합니다. 유리창과 철고리로 만든 회색빛 도시, 그 치열함 속에서 잠시 숨고 싶을 때, 이 공간은 우리를 감사히 품어주었습니다.

 

 

1. 삼경원

르메이에르 빌딩, 이름부터 낯설고 거창하게 느껴지는 이 건물의 지하에는 삼경원이라는 작고 소박한 공간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땐 한의원인 줄 알았지만, 막상 들어서자마자 소맥의 진맥을 잡아보니 체온도 차갑고 분위기도 좋습니다.

삼경원이라는 이름 석자에 담긴 무게는 빌딩의 철골보처럼 묵직하게 가슴을 때립니다. 지도에서도 기억에서도 점점 사라져 가는 옛 피맛골의 정취와 사람 냄새는 이곳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참이슬 3,000원이라는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사라져가는 정에 대한 마지막 저항처럼 느껴집니다. 먼저 도착한 친구에게 이번 달 친구비는 곧 입금하겠다는 농담을 던지며 생두부를 주문했습니다.

처음엔 그저 그런 생두부일 거라 생각했지만, 하얗고 매끈한 두부 위에 올라간 양념장은 하나의 작품이었습니다. 간장, 고춧가루, 깨, 참기름, 송송 썬 파와 고추 등 비율을 완벽하게 맞춘 이 양념은 가을 낙엽처럼 절제된 아름다움을 담고 있었습니다.

두부는 입안에서 스르르 으깨지고, 양념이 그 사이를 스며들며 채소들의 아삭한 리듬이 어우러집니다. 짠맛과 감칠맛, 고소함과 산뜻함이 겹겹이 쌓인 이 조화는 따뜻한 감정까지 불러옵니다.

가격은 10,000원이었고,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계란말이 또한 가격은 같으며, 메뉴판 어딘가 숨어 있다가 눈에 띄었을 때 반가움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했습니다.

 

항상 그래왔듯 이번에도 조용히 주문을 넣었습니다. 곱고 두툼한 황금빛 단면들이 정갈하게 포개져 있는 계란말이는 마음속에 숨어 있던 오래된 기억 하나가 살며시 꺼내지는 느낌을 줍니다. 부스럭거리는 추억의 서랍을 여는 것처럼, 이 계란말이 한 줄이 그렇게 마음에 닿았습니다.

정갈한 손맛이 느껴지는 모습, 엄마의 부엌에서 스며나던 아침의 온도를 떠올리게 합니다. 입에 넣으면 계란은 푹신하게 입안을 감싸고, 그 속에 감춰진 부드러움과 진한 고소함, 그리고 채소들의 조그마한 식감들이 마치 오래된 손편지처럼 짧지만 깊은 이야기를 소주와 함께 건네옵니다.

이 계란말이에는 시간과 정성, 그리고 마음이 조용히 쌓여 있었습니다. 오징어볶음 역시 10,000원이었고, 국내산 오징어를 사용했습니다.

가끔 대왕오징어로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맛이 확실히 다릅니다. 쫄깃하고 탱글한 식감은 기본이고, 그 안에 담긴 감칠맛이 혀에 남아 있습니다.

한 젓가락, 소주 한 잔. 사라진 피맛골의 웃음소리가 되살아납니다. 오징어와 아삭하게 어우러지는 채소, 그리고 적당한 양념의 조화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안주로도 훌륭했지만, 밥반찬으로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배가 너무 불러서 술자리를 더 즐기기 위해 참았습니다.

 

된장찌개의 가격은 7,000원이며, 뜨끈한 한 뚝배기는 하루의 피로를 녹여주는 한국인의 소울푸드입니다. 별다른 기대 없이 주문한 된장찌개는 큼직한 뚝배기 안에서 김을 피워 올리며 등장했습니다.

집된장을 사용한 듯 국물 색은 진하고 향도 깊었으며, 두부도 넉넉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제대로 된 된장찌개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찌개를 특별하게 만든 의외의 요소 하나가 있었습니다. 바로 오징어였습니다. 처음 접하는 조합이었지만 한 입 먹는 순간, 낯섦은 감탄으로 바뀌었습니다.

된장의 구수한 향 사이로 오징어의 감칠맛이 파고들고, 쫄깃한 식감이 국물 안에서 작은 파동처럼 퍼져 나갔습니다. 씹을수록 오히려 그 조합이 입안에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국물 한 모금에 피곤이 사라지고, 오징어 한 조각에 술잔이 다시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딱 그만큼의 양과 맛,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은 세월이 내려앉아 있는 듯했습니다.

벽에 걸린 시인 윤동주, 서정주, 한용운의 사진. 그들이 피맛골을 자주 들렀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공간은 그들의 시처럼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한 편의 시처럼 오래 머무르고 싶게 만드는 따뜻한 공간이었습니다.

 

 

2. 계단집

종각역에서 시작된 발걸음은 바람결 따라 슬슬 흘러가듯 이어졌습니다. 도시의 틈새로 스며드는 햇살 아래를 걷다 보니 어느덧 경복궁역. 그렇게 천천히 낮술의 분위기를 즐기던 우리는 갑자기 리듬을 바꿉니다.

후다닥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습니다. 안주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것은 벽보다 높은 대기팀. 쿨하게 포기하고 "이 길이 아니면 다른 길로 가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직진, 계단집으로 향했습니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마음속에는 '어쩌면 이곳이 오늘의 진짜 도착지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조용히 스며들었습니다. 자리에 앉자 맞아 나온 건 큼직한 홍합이 입을 벌린 홍합탕 한 그릇. 얇게 썬 당근과 양파가 첫잔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날의 첫 아쉬움은 황가오리회였습니다. 이미 다 나갔다는 말에 어깨가 축 쳐졌지만 대신 주문한 코끼리조개는 예상 밖의 감동이었습니다. 오래전 어렴풋이 한 번쯤 먹어봤던 기억은 있었지만 맛은 남아있지 않아, 이번이 사실상 첫 경험이라 해도 무방했습니다.

한 점 입에 넣자마자 코끼리조개의 속살은 서걱서걱하다가 서서히 단맛을 품으며 부풀어오르고, 감칠맛과 고소함이 마치 숨어 있던 감정처럼 밀려들어왔습니다. 조개가 이토록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습니다.

내장은 사실 비릴까 봐 걱정됐지만, 맛을 본 순간 모든 의심이 사라졌습니다. 비린 맛은 전혀 없이 묵직하고 진득한 맛이 입안을 감쌌습니다.

 

부드럽게 번지는 풍미는 혀끝이 아니라 가슴에 새겨질 정도였고, 그 순간 나는 '이 맛은 오래도록 기억하게 되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조용한 충격. 소주 폭격기처럼 입으로 들어온 맛이 마음 한구석을 툭 건드리고 들어앉았습니다. 이어서 간을 툭 건드니 계속해서 소주가 식도를 타고 내려갑니다.

가격은 59,000원으로 가볍게 고르기엔 묵직한 숫자였지만, 안주를 입에 넣는 순간 그 고민은 무의미해졌습니다. ‘이런 맛이라면 다시 돈을 내도 좋겠다’는 마음, 다시 또 먹을 수 있을지 몰라서 더 간절해지는 맛.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은 사람 같은 안주였습니다.

이곳 계단집을 지금까지 몇 번 오면서도 항상 해물라면은 주문하지만 먹을 때마다 제 취향은 아니라 생각하고, 다음에도 또 주문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라면은 그냥 순정으로 끓인 라면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한 접시에 담긴 하루의 한 페이지는 조용히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맛으로 남게 됩니다.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3. 디디스피자펍

이번에는 다시 종각역. 하루에도 수많은 발자국이 오가는 이곳에 위치한 디디스피자펍입니다.

이미 어느 정도 술기운이 오른 상태에서 무언가 기름지고 뜨겁고 짭짤한 것이 절실해지는 타이밍이었습니다. 지인과 저는 지름길을 좋아합니다. 살찌는 지름길이 바로 이 길입니다.

그럴 땐 피자만 한 게 없습니다. 바삭한 가장자리, 촉촉하고 고소한 치즈, 입안 가득 퍼지는 진한 향. 술이 약간 오른 상태에서 피자집을 찾는 건, 어쩌면 가장 인간적이고, 솔직히 말하면 돼지적인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피자의 맛은 굉장히 훌륭하고 ‘미치겠다’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쉬울 정도도 아닌 딱 적당한 만족감을 줍니다. 현장은 차분했고, 술은 느긋했습니다.

주문한 메뉴는 더블 딜리셔스 피자. 네 가지 맛을 한 판에 나눠 올린 이곳의 시그니처처럼 보이는 피자였습니다.

술은 하이볼로 시작했습니다.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와 탄산이 올라오는 리듬. 한 모금 넘길 때의 시원함이 피자의 기름기와 고소함과 어우러져 만족스러움을 더했습니다.

이어 기네스를 주문했습니다. 묵직한 흑맥주의 쌉싸름함이 혀 끝에 머물고, 부드러운 거품은 마음속 어느 구석을 감싸주는 것 같았습니다.

 

 

4. 광화문집

광화문역 8번 출구, 일상의 환기구 같은 그 좁은 틈으로 빠져나와 비틀비틀 이어지는 골목 끝자락에 이르면 마치 오래된 친구가 몰래 알려준 비밀 장소처럼, 지도에는 있지만 마음에는 없는 골목의 끝에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는 간판 하나를 만납니다.

오래된 붓글씨 같은 ‘광화문집’이라는 글자가 걸려 있고, 그 간판 아래 흐릿하게 스며나오는 술 냄새와 시간 냄새가 뒤섞여 있습니다.

‘정말 여기가 맞나?’ 싶은 마음으로 삐걱거리는 철문을 조심스레 밀고 들어가면, 그 안쪽은 예상보다 더 비좁고 예상보다 더 깊습니다.

공간은 작지만 향기는 오래된 서가처럼 켜켜이 쌓여 있고, 말없이 앉아 있는 술꾼들의 등 뒤로 무언의 역사들이 흘러갑니다.

“여기서 45년 했어요.” 지인의 질문에 담담하게 돌아오는 사장님의 말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시처럼 다가왔습니다.

수많은 밤을 지켜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말투. 허세도 없고 설명도 없었습니다. 그저 “45년 보냐”는 말뿐.

그 말을 듣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고, 벨트에 눌린 여분의 뱃살조차 경건해질 정도였습니다.

사실은 감동보다 술이 먼저 돌았는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그 순간부터 우리는 이 공간과 작게나마 무언가를 나누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낯선 곳에서 마시는 첫 잔은 보통 어색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장님의 따뜻한 눈빛, 무심한 듯 챙겨주는 말 한마디, 낡은 유리잔과 맛있는 안주의 온도까지 모든 것이 너무 익숙해서 낯설고, 낯설만큼 익숙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낸 이 공간에는 사람의 손길이 고스란히 스며 있었고, 무심하게 내어주신 물수건 하나에도 ‘오늘도 고생하셨죠’라는 말이 배어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곳의 진짜 메뉴는 술이 아니라, 그 손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을 담아 소주를 따릅니다. ‘똘똘똘’ 첫 잔의 감동스러운 소리. 잔에 떨어지는 그 하나에도 울림이 있고, 입안에 스며드는 순간 말로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조용히 녹아 흐릅니다.

억지로 꺼내려 하면 나오지 않던 말들이 한 모금 술과 함께 조용히 입가를 맴돌고, 그렇게 나도 모르게 웃게 됩니다.

 

5. 김치찌개와 계란마리

김치찌개는 전골냄비 안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고, 그 안엔 시간을 끓여낸 국물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한 숟갈을 뜨자 국물은 김치와 고기의 모든 상처와 기억을 품은 듯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혀 위에 얹어졌습니다.

익을 만큼 익은 김치는 그저 물렁한 게 아니라, 자신의 날카로움을 다 내려놓고 고기와 어우러지는 식감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묵직하고 깊은 맛이, 자극이 세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 맛은 어릴 적 밥상부터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들이 숟가락 끝에 조용히 걸려 나오듯, 그리운 맛이었습니다.

워낙 익숙한 음식이고 흔히 밥상에 올라오는 메뉴라 대단하다는 느낌을 입고 살았지만, 공기만큼이나 소중한 안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된장찌개와 더불어 한국인의 소울푸드, 역시 소주와 궁합이 좋습니다. 누군가에겐 이곳의 김치찌개가 우주에서 제일 맛있는 곳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 맛에 감동을 받습니다.

 

6. 제육볶음

제육볶음이 메뉴판에 보이자마자 남자 셋이 모여 바로 주문을 했습니다. 붉은 양념과 함께 고기와 채소들이 제대로 볶아졌고, 접시 위에서 반짝거리며 나왔습니다.

살짝 기분 좋은 매콤함과 짭짤한 감칠맛이, 고기와 양념 사이에 묘하게 끼어 있는 채소들의 아삭함이 잘 어우러졌습니다. 다만, 이건 취향의 영역이라 맛이 좋다고 느꼈지만, 제 입에는 고기가 살짝 퍽퍽함이 느껴져서 아쉽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지방층에 있는 야들야들한 제육을 더 선호하지만, 이 제육볶음은 그 자체로도 괜찮은 맛이었습니다.

 

7. 광화문집

광화문집은 좁은 골목 끝에 자리잡고 있는 술집으로, 그 간판은 마치 오래된 친구가 알려준 비밀의 장소 같습니다. 그 곳에 들어서면 술 냄새와 시간의 향기가 섞여 흘러나옵니다.

이곳은 45년 된 술집이며, 사장님의 말 한마디에서 그 세월이 느껴집니다. 그 말투는 허세도 없고, 설명도 간단하지만 그 안에는 시간이 만들어낸 온도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 공간은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고스란히 베어 있는 곳으로, 모든 것이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마시는 첫 잔은 어색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어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사장님의 따뜻한 눈빛과 무심한듯 챙겨주는 말 한마디가 마음을 녹입니다.

 

8. 김치찌개와 계란마리

김치찌개는 전골냄비 안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고, 그 안에는 시간을 끓여낸 국물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한 숟갈을 뜨자 국물은 김치와 고기의 모든 상처와 기억을 품은 듯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혀 위에 얹어졌습니다.

익을 만큼 익은 김치는 그저 물렁한 게 아니라, 자신의 날카로움을 다 내려놓고 고기와 어우러지는 식감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묵직하고 깊은 맛이, 자극이 세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 맛은 어릴 적 밥상부터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들이 숟가락 끝에 조용히 걸려 나오듯, 그리운 맛이었습니다.

워낙 익숙한 음식이고 흔히 밥상에 올라오는 메뉴라 대단하다는 느낌을 입고 살았지만, 공기만큼이나 소중한 안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된장찌개와 더불어 한국인의 소울푸드, 역시 소주와 궁합이 좋습니다. 누군가에겐 이곳의 김치찌개가 우주에서 제일 맛있는 곳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 맛에 감동을 받습니다.

 

9. 제육볶음

제육볶음은 붉은 양념과 함께 고기와 채소들이 제대로 볶아져 접시 위에서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살짝 기분 좋은 매콤함과 짭짤한 감칠맛, 고기와 양념 사이에 묘하게 끼어 있는 채소들의 아삭함이 잘 어울렸습니다.

하지만 제 입에는 고기가 살짝 퍽퍽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방층이 좀 있는 야들야들한 제육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이때, 우리는 오늘도 코알라처럼 테이블에 앉아 한 잔, 또 한 잔을 기울였습니다. 술맛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시간을 잊지 않기 위해, 그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나를 다시 꺼내기 위해서였습니다.

 

10. 광화문집

광화문집은 오늘도 그 자리에 있었으며, 말없이 조용히 뜨겁게 술과 음식을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오래된 간판 아래로 흐릿하게 세어나오는 술 냄새와 시간 냄새가 섞여 있는 공간이었죠.

그곳에 도착했을 때, 사장님의 말 한마디가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여기서 45년 했어요.” 그 한 마디는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우리 마음에 스며들었습니다.

여기서 마시는 첫 잔은 어색하지만, 이곳에서는 그 어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사장님의 따뜻한 눈빛과 무심한 듯 챙겨주는 말 한마디, 그 모든 것이 익숙하게 느껴지며, 이곳이 바로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이곳은 오랜 시간 동안 지켜온 술집이며, 사람들의 손길이 고스란히 묻어난 공간이었습니다. 그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이야기들을 다시 꺼내어 놓았습니다.

 

11. 마치며

이렇게, 종로의 숨겨진 맛집들을 돌아보며, 술과 음식을 통해 고유의 온도와 시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각각의 장소마다 시간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모든 순간을 잊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되지만, 다시 돌아와 그 온도를 느끼며 한 잔을 기울일 그 날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