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여행 중 전통시장을 들르는 일은 단순한 장보기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오래된 시장에서는 지역 고유의 음식과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해진 관광지가 아닌, 그 지역의 '생활'이 담긴 공간이기 때문에 종종 시장에서 진짜 그 지역을 느낄 수 있다.
경기도 평택에는 남부권에서 규모가 가장 큰 시장으로 알려진 통복시장이 있다. 수백 개의 점포가 운영되고 있으며, 매일 수천 명이 오가는 이곳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익숙한 곳이지만, 외지인들에게는 하나의 구경거리이자 색다른 체험지로 다가온다. 평일 오후, 비교적 한산할 때 시장을 직접 걸어보며 기록해보았다.
1. 통복시장 가는 길과 첫인상
통복시장은 평택역 1번 출구에서 도보 약 10분 거리에 있다. 생각보다 역과 가까워 접근성이 좋았다. 차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통복시장 공영주차장’을 목적지로 설정하면 된다. 2층 건물로 된 공영주차장은 1시간 30분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짧게 둘러보는 데도 부담이 없다.
시장 입구에 다다르자 골목 양쪽으로 빽빽하게 늘어선 간판들과 사람들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대형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복잡하지만 활기 있는 분위기, 그리고 어딘가 익숙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2. 순대국 냄새 따라 시작된 시장 산책
가장 먼저 마주한 곳은 오랜 세월 운영된 순대국집이었다. 겉보기엔 평범한 식당 같지만, 이곳은 평택에서는 꽤나 알려진 곳이라 한다. 따끈한 국물과 푸짐한 내용물이 특징인 순대국은 시장의 입구에서부터 향을 뿜어냈고, 그 앞을 지나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자꾸 붙잡는 듯했다.
시장을 걷다 보면 다양한 음식점이 이어지는데, 눈에 띄는 메뉴만 해도 족발, 아바이순대, 닭강정, 닭발, 어묵, 김밥, 떡볶이, 꽈배기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어느 곳 하나 가볍게 지나치기 어려울 만큼 다채롭고 진한 향이 계속 따라붙는다.
3. 마트에서는 찾기 어려운 시장표 식재료
통복시장은 먹거리뿐 아니라 장보는 재미도 크다. 특히 직접 만든 식재료들이 많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손두부를 파는 가게, 직접 짜낸 참기름을 판매하는 방앗간이 눈에 띈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제품들과는 확실히 다른 향과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직접 사 본 참기름은 뚜껑을 열자마자 고소한 향이 퍼졌고, 손두부는 질감이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해서 씹는 재미가 있었다. 한 입 먹자마자 "아, 이래서 시장에서 산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었다.
그 외에도 생선, 채소, 말린 나물, 젓갈, 전통 장류 같은 상품들이 골고루 있었다. 진열대에는 당일에 들어온 신선한 채소와 해산물들이 놓여 있었고, 반찬 가게에서는 묵은지, 오징어젓갈, 멸치볶음 등 밥도둑 반찬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4. 평일에도 줄 서는 수수부꾸미
시장 안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중 하나는 ‘수수부꾸미’ 가게였다. 시장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간식인데, 평일임에도 몇 명이 줄을 서 있었다. 마침 타이밍 좋게 방금 만들어져 나온 것을 받아 바로 먹어봤다.
겉은 노릇하게 바삭했고, 안에는 팥소가 가득 들어 있었다. 지나치게 달지 않고, 쫀득한 수수 반죽과 고소한 팥의 조합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한 입, 두 입 먹다 보니 어느새 하나를 다 먹어버렸고, 포장해서 한 봉지 더 샀다. 주말에는 줄이 훨씬 길어진다니, 평일에 방문해 여유롭게 먹을 수 있었던 건 꽤 행운이었다.
5. 전통과 젊음이 공존하는 ‘청년숲’
시장 한켠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구역이 있었다. 이름하여 ‘청년숲’. 전통시장에 젊은 감각을 입힌 공간으로,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청년 창업 구역이다. 일반 시장 가게와는 달리, 가게 외관도 좀 더 감각적이고 메뉴 구성도 트렌디했다.
이곳에서는 스테이크 덮밥, 부대찌개, 수제 디저트 같은 메뉴들이 판매되고 있었고, 커피와 음료를 마시며 쉴 수 있는 카페도 보였다. 또 한쪽에는 직접 만든 향초, 비누, 액세서리를 파는 소품 가게도 있었는데, 젊은 감성이 묻어나는 제품들이 많았다.
시장 특유의 북적임과는 다른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돌아다니다 지친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공간으로 느껴졌다.
6. 돌아보는 데만 한 시간 반, 시장을 제대로 즐기는 팁
통복시장은 단순히 먹고 마시고 사는 곳을 넘어, 걸어 다니는 것 자체가 즐거운 공간이다. 구석구석 살펴보는 데만도 1시간 반 이상이 걸릴 정도로 넓고 점포도 많다. 계획 없이 갔다가는 이곳저곳 헤매다 체력만 소진될 수 있어, 몇 가지 팁을 정리해두면 좋다.
시장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팁
- 시간대는 오전 또는 평일 오후 – 평일 오후 2시 이후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워 줄을 서지 않고도 유명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주말이라면 오전 10시 이전 도착이 추천된다.
- 수수부꾸미는 먼저 사기 – 오후가 되면 품절되는 경우가 많다. 구입 후 천천히 돌아보는 것이 좋다.
- 동선을 미리 정해두기 – 순서대로 ‘먹거리 → 장보기 → 청년숲’ 순으로 이동하면 동선이 효율적이다.
- 현금 소지 – 카드 결제가 되는 점포도 많지만, 현금만 받는 가게도 있으니 만원 단위로 현금을 준비하면 좋다.
- 주차장 위치 체크 – ‘통복시장 공영주차장’은 2층 구조로 되어 있으며, 1시간 30분까지 무료다. 특히 주말에는 일찍 만차되니 서두르는 것이 좋다.
이런 준비만 해두면 시장을 훨씬 더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행사나 체험 부스가 열리는 경우도 있으니, 방문 전에 지역 커뮤니티나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확인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마치며
평택 통복시장은 단지 규모가 크다는 점만으로 인상 깊은 곳이 아니다. 오랜 전통과 더불어 새로운 변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공간이었다. 오랜 내공을 지닌 음식점들과 개성 있는 청년 상점들이 한자리에 공존하면서, 시장은 살아 있는 도시의 축소판처럼 느껴졌다.
시장 골목을 따라 걸으며, 한입에 기분 좋아지는 간식을 맛보고, 생생한 현장의 분위기를 체감한 경험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평택이라는 도시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통복시장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제대로된 ‘체험의 장소’로 손꼽아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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