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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브이로그

후지산과 벚꽃 사이를 걷다: 3월 마쓰다산 산책 기록

by 김도현 여행길 2025. 4. 4.

3월의 시자하며, 마쓰다산에서 벚꽃과 후지산을 마주한 하루

시작하며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벚꽃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는 3월 , 올해는 마쓰다산을 먼저 걷기로 했다. 짙은 분홍빛 가와즈 벚꽃이 산비탈을 따라 피어난다는 이곳. 매해 많은 이들이 찾는 만큼, 붐비기 전 이른 아침에 도착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번엔 날씨와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덕분에 벚꽃과 유채꽃, 그리고 후지산을 한눈에 담는 여정을 담담히 걸을 수 있었다.

1. 마쓰다역 주차장에서 시작된 하루

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마쓰다역 근처에 도착했다. 축제장과 가장 가까운 마쓰다 타운 주차장은 이미 대부분 자리가 찬 상태였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벚꽃이 피기 시작한 시기에는 여전히 인기가 많다는 것을 실감했다. 차를 주차하고 천천히 도보로 출발했다. 축제장까지는 버스도 탈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길을 따라 걸으며 풍경을 직접 마주하기로 했다.

2. 후지산 위에 뜬 모양 특이한 구름

걷는 내내 시야에 들어온 후지산은 이날 유독 눈에 띄었다. 산 정상 위로 납작하게 퍼진 모자구름이 얹혀 있었는데, 그 모습은 자연이 만든 그림처럼 느껴졌다. 일본에서는 이런 구름이 생기면 곧 날씨가 흐려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예보에 따르면 다음날까지는 맑지만 그 이후로는 눈 소식도 있다고 했다. 그런 만큼, 이날의 맑은 하늘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3. 축제장 입구까지의 짧고도 긴 오르막

산책로 입구에서 축제장까지는 보통 10분 정도 걸리지만, 실제로는 30분 넘게 걸릴 수 있다. 이유는 단순했다. 좁은 길 양옆으로 피어난 벚꽃 사이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멈추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모두가 풍경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유 있게 걸으며 벚꽃 그늘 아래를 지나는 느낌이 들었다.

4. 니시히라하타 공원, 봄의 중심에 서다

축제장이 있는 니시히라하타 공원은 마쓰다산 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는 가와즈 벚꽃 약 360그루가 심어져 있으며, 작은 전망대와 산책길이 연결되어 있다. 고속도로와 도심이 가까이 있지만, 이 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시간의 흐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감각이 든다. 도쿄에서 약 1시간 거리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5. 산사면을 덮은 벚꽃과 유채꽃의 조화

마쓰다산의 풍경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벚꽃뿐만 아니라, 유채꽃과 후지산까지 한 장면 안에 함께 담기기 때문이다. 구불구불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분홍색과 노란색이 교차하며 풍경을 채운다. 이날은 햇볕이 강하지 않아 색이 더 부드럽게 번졌고, 빛이 산 능선을 따라 차오를 때마다 꽃잎의 색감도 달라졌다.

6. 올해의 개화는 느렸지만 풍성했다

이번 해는 벚꽃이 예년에 비해 약 2주 정도 늦게 활짝 피었다고 한다. 작년과 개화 시작일은 비슷했지만, 만개 시점은 차이가 났다. 덕분에 사람들이 예상보다 덜 몰렸고, 더욱 한산한 분위기에서 벚꽃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일부 나무는 이미 잎이 돋아 있었고, 다른 몇몇은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7. 히요도리와의 조우

벚꽃 아래를 걷다 보면 다양한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그중에서도 눈에 띈 건 ‘히요도리’라는 새였다. 몸집은 참새보다 크고 비둘기보다는 작으며, 회갈색 깃털이 특징이다. 일본어로는 '히요'가 병아리, '도리'가 새를 뜻하며, ‘히요히요’ 울음소리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예전에도 집 근처에서 본 적 있었는데, 나무에 사과나 귤을 걸어두면 기민하게 다가와 먹곤 했다.

8. 축제장 입장과 안내 시설

축제장 입구에서는 500엔의 입장료를 받는다. 전자결제 시스템인 PayPay도 지원되어 편리하게 입장할 수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정비된 산책로와 포토존, 그리고 간단한 먹거리 부스들이 이어져 있었다. 안내 표지판이 잘 배치되어 있어 초행길이어도 부담이 없다.

9. 스카이윙과 전통 인형 전시

산 위쪽에는 ‘스카이윙’이라는 이름의 그네가 설치되어 있다. 탁 트인 전망 아래 그네를 타면 아래쪽으로 펼쳐진 벚꽃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옆에는 어린이박물관이 있고, 이곳에서는 수작업으로 만든 히나 인형이 전시되어 있어 잠시 머무르기에 좋다. 봄날 햇살 속에서 그네를 타는 경험은 어른에게도 꽤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10. 후루사토철도, 작은 기차가 전하는 여유

공원 한쪽에는 작은 철도 ‘후루사토철도’가 있다. 실제 증기기관차를 축소한 듯한 모형 열차가 선로를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기차가 다가올 때마다 휘파람 같은 소리가 들리는데, 이게 연출된 효과인지 실제로 내는 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선로 근처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고, 아이들은 기차가 지날 때마다 손을 흔들었다.

11. 하산하며 다시 마주한 햇살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축제장의 가장 높은 지점에 도달했다. 아래로 펼쳐진 풍경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은 뒤, 내려가는 길에 올랐다. 올라올 때와는 달리 내려가는 길은 햇빛이 완전히 퍼진 상태였고, 그 덕에 꽃 색이 더욱 또렷해졌다. 구름도 어느새 걷혀 있었다.

12. 드물게 마주한 하얀 벚꽃

분홍색 벚꽃 사이에서 하얀 꽃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내려오는 도중 우연히 하얀 벚꽃이 핀 나무를 한 그루 발견했다. 많지는 않았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주변과 대조되어 더욱 인상적이었다. 사람들도 흰 벚꽃 앞에서 한 번씩 걸음을 멈추며 사진을 남기고 갔다.

마치며

벚꽃이 가득 피어 있는 풍경을 기대하고 떠난 하루였지만, 생각보다 더 조용하고 깊이 있는 시간이 되었다. 사람들로 붐비는 시기를 비껴간 덕분에 마쓰다산 산책로를 천천히 걷고, 후지산과 꽃 사이의 조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봄은 늘 같은 듯 다르게 찾아온다. 올해의 벚꽃은 조금 늦었지만, 그만큼 마음에 더 오래 남을 것 같다. 다음 목적지는 가와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