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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브이로그

서울 구로시장 먹거리 총정리, 시장밥의 진수를 담았다

by 김도현 여행길 2025. 4. 21.

시작하며

서울 도심 한복판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전통시장이 있다. 구로시장과 남구로시장이 맞닿은 이 지역은 규모도 크지만, 골목골목마다 먹을거리가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 관광객보다는 동네 주민들이 주로 찾는 곳이라 가격도 착하고, 음식에는 오래된 정이 담겨 있다. 이번에는 구로시장 안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았던 일곱 곳의 먹거리 장소를 소개하려 한다. 거창한 맛집이 아니라, 정직한 가격에 속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집들이다.

1. 칼국수에 보리밥까지, 한 상 가득 나오는 칼국수집

시장 초입쯤에 있는 한 칼국수집은 유난히 손님이 많았다. 처음엔 그냥 면이 맛있나 싶었는데, 자리에 앉아보니 이유를 알겠더라. 칼국수를 주문하면 보리비빔밥이 기본으로 나오는 구조다. 반대로 보리비빔밥을 시키면 칼국수가 따라온다. 말 그대로 한 그릇 가격에 두 그릇을 주는 느낌이었다.

면은 직접 뽑은 수제면이었고, 국물도 바지락이 듬뿍 들어가 시원했다. 반찬으로는 겉절이와 열무김치가 나왔는데, 그 조합이 의외로 정말 괜찮았다. 따뜻한 국물 한 입에, 참기름 고소한 보리밥 한 숟갈. 가격도 부담 없어서 몇 번이고 다시 찾고 싶은 집이었다.

 

2. 50년 넘게 지켜온 떡볶이집

시장 안쪽 골목에 자리한 이 떡볶이집은 오랜 세월을 버텨온 집이라고 했다. 과거 여러 명의 어르신들이 함께 운영하면서 생긴 독특한 상호도 인상 깊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맛이었다. 쫀득한 밀떡고추장 양념이 정겹게 배어 있는 전형적인 옛날 스타일의 떡볶이다.

이 집은 계란도 그냥 넣어주는데, 요청만 하면 된다. 떡이 너무 오래 끓으면 퍼질 수 있어 “막 끓인 걸로 주세요”라고 말하면 딱 좋게 나온다. 매콤하지만 달지 않고, 어묵도 도톰하게 잘 익혀져 있어 간식이 아닌 한 끼 식사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3. 팥죽을 디저트처럼, 담백한 팥 전문점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들어가는 음식이 있다. 이 집 팥죽이 그랬다. 처음엔 “후식으로 팥죽이라니” 싶었지만, 한 숟갈 떠먹는 순간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진하고 묵직한 팥죽인데, 지나치게 달지 않고 고소한 맛이 주를 이뤘다.

함께 나오는 동치미와 겉절이도 깔끔해서 입가심하기 좋았고, 새알심은 손으로 빚은 듯한 자연스러운 모양새였다. 식후 디저트로 아이스크림 대신 이런 팥죽을 먹는 게 건강에도 좋겠다 싶었다.

 

4. 시장 이용자를 위한 주차 팁

구로시장에 차를 가져가는 사람이라면 주차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곳은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주차권을 받을 수 있다. 영수증만 챙기면 1시간 30분 무료 주차가 가능하고, 지정된 장소에서 발급받으면 된다. 단, 주말이나 공휴일엔 발급이 어렵다고 하니 평일 방문이 좋다.

 

5. 튀김 맛집, 떡볶이보다 더 유명한 집

보통 시장에서 분식집을 가면 떡볶이에 튀김은 덤이다. 그런데 이 집은 튀김이 주인공이다. 특히 야채튀김의 크기와 상태가 눈에 띌 정도였다. 한입 먹어보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포슬포슬했다. 떡볶이도 맛있었지만, 그보다 튀김 종류가 다양해서 한 접시 시켜두고 나눠 먹는 재미가 있다.

고춧가루 양념의 떡볶이는 기분 좋은 매콤함이 있어 튀김과도 궁합이 잘 맞았다. 여러 명이 함께 간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분식집이다.

 

6. 바삭함이 다른, 시장표 왕꽈배기

꽈배기를 파는 곳은 많지만, 이 집은 크기부터 다르다. 중국식 방식으로 기름에 구워낸 꽈배기라 겉면이 아주 바삭했고, 속은 쫀득했다. 손으로 찢었을 때 빵결이 살아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식감이 좋았다.

우유맛, 팥맛 등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하나만 사도 세 명이 나눠 먹을 정도의 양이었다. 지나가다 하나쯤 포장해서 먹기 딱 좋은 간식이다.

 

7. 저렴하지만 알찬, 10개 5,000원 빵집

시장 입구 쪽, 남구로 방향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나오는 이 빵집은 지나칠 수가 없었다. 종류가 다양한데다, 10개에 5,000원이라는 가격은 요즘 보기 힘들다. 소보루, 단팥빵, 야채빵, 크림빵까지 골라 담는 재미가 있다.

빵의 크기는 크지 않지만, 속이 실하고 달지 않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옛날 빵 느낌이 나서 부모님과 함께 간다면 좋아하실 만한 스타일이다.

 

마치며

구로시장은 단순히 장을 보는 곳이 아니라, 정직한 가격에 정겨운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요즘엔 이런 시장 한 끼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똑같은 분식이라도 손으로 직접 만든 면발과 오래된 양념 속에서 전해지는 정은 프랜차이즈에서 절대 느낄 수 없는 부분이다. 가끔은 시장으로 향해 보는 것도 괜찮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따뜻한 한 끼를 나눌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맛있는 식사는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