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브이로그

서울 근교부터 여수·부산까지, 바다 보이는 고요한 사찰 6선

by 김도현 여행길 2025. 4. 6.

시작하며

조용한 산사의 풍경을 떠올리면 울창한 숲과 구불구불한 산길이 먼저 그려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나라에는 파도 소리가 들리는 바닷가에도 사찰이 꽤 있다. 푸른 수평선을 바라보며 바닷바람을 맞는 순간, 번잡한 일상에서 한 발짝 물러난 기분이 든다. 이런 바닷가 사찰은 단순한 기도처가 아니라 오래된 이야기를 간직한 장소이기도 하다. 각각의 절마다 바다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지고 있으며, 그 배경을 알고 방문하면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1. 감추사 – 바위에서 솟아오른 부처의 전설

강원 동해시 해안로 근처 절벽 위에 있는 감추사는 바다와 가장 가까운 사찰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예부터 바닷속에서 빛나는 무언가가 떠올라 사람들이 다가가 보니, 부처의 얼굴을 닮은 바위였다고 한다. 이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사찰이 지금의 감추사로 이어진 것이다. 규모는 작지만, 절벽과 맞닿은 파도 소리 덕분에 그 존재감은 결코 작지 않다.

겨울철에 눈 덮인 풍경과 출렁이는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고, 특히 해 뜨는 시간대에 맞춰 방문하면 장엄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사찰 바로 앞이 바다여서, 기도하는 순간 파도가 발밑까지 들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2. 백련사 – 부산의 해안 절벽 위 고요한 절

부산 남구 이기대 해안 산책로 위쪽에 자리한 백련사는 절벽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구조로 되어 있다. 고려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전해지며, 옛 스님들이 이곳에서 수행하던 중 하얀 연꽃이 떠오르는 광경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다. 그 전설에 따라 ‘백련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광안리 해변과 광안대교, 동백섬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백련사의 가장 큰 매력이다. 관광객보다도 현지 주민이 자주 찾는 편이며,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조용히 기도하거나 산책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사찰 아래로 이어진 해안 산책로를 함께 걸으면 부산 앞바다의 풍경을 더욱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3. 낙산사 – 동해 일출과 함께하는 고즈넉한 사찰

강원 양양에 위치한 낙산사는 천년 넘게 바닷가에 자리한 오래된 사찰이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수행하던 중 관세음보살이 나타났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으며, 지금도 많은 이들이 관음기도를 위해 찾는다. 사찰 내에는 해수 관음상이 바다를 향해 서 있고, 절벽 위에 자리한 홍련암은 파도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는 공간이다.

일출 명소로도 유명한 이곳은 새벽부터 사진기를 든 사람들이 줄을 서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특히 구름이 걷힌 맑은 날, 붉은 해가 바다 위로 솟아오를 때의 장면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바다와 절이 어우러진 독특한 구조 덕분에,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장소로 손꼽힌다.

 

 

4. 향일암 – 해를 마주한 절벽 사찰

여수 향일암은 남해안을 대표하는 해맞이 명소 중 하나로, 이름 그대로 ‘해를 바라보는 암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절벽을 따라 이어진 돌계단을 오르다 보면 바다를 향해 열린 공간이 나타나는데, 그 위에 자리 잡은 향일암은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오르막길이 조금 가파르지만, 정상에 오르면 탁 트인 여수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날이 흐려도 차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일출 시각에 맞춰 방문하면 바다와 해, 사찰이 어우러진 특별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오르는 길 자체가 하나의 수행처럼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5. 휴휴암 – 파도소리 따라 걷는 고요한 언덕길

강원 양양의 휴휴암은 이름처럼 ‘쉬고 또 쉬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해를 바라보는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으며, 해수 관음상이 바위 위에 세워져 있어 파도 소리와 함께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적합하며, 명상이나 산책 장소로도 인기 있다.

사찰 아래쪽으로는 해안가가 연결되어 있어 바닷가로 직접 내려갈 수 있다. 굵은 자갈로 이뤄진 해변은 걸음걸이가 느려질 수밖에 없지만, 그만큼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해변 근처에는 물고기를 방생하는 곳도 있는데, 자연 그대로의 바다 속에서 떼 지어 다니는 물고기들의 모습은 인상 깊은 풍경을 남긴다.

 

 

6. 해동용궁사 – 파도 위에 지어진 듯한 해안 사찰

부산 기장에 있는 해동용궁사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유명한 해안 사찰이다. 고려시대 승려가 꿈에서 용을 만나고 이곳에 사찰을 지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특히 새해 첫날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모이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사찰은 기암절벽 위에 세워져 있으며, 계단과 다리를 건너면 다양한 불상과 석탑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곳곳에 포토스팟이 많고, 해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절경이 자연스럽게 담긴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바다와 사찰이 겹쳐 보이는 인상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마치며

바다를 곁에 둔 사찰들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각기 다른 전설과 이야기를 품고 있어 둘러볼수록 매력이 깊어진다. 파도 소리와 기도 소리가 함께 울리는 공간에서 머물다 보면, 일상에 지친 마음도 조금씩 풀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잠시 멈추고 싶은 날, 위의 사찰들 중 한 곳을 찾아 조용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