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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브이로그

여수 금오도 비렁길 걷기 좋은 날|봄꽃과 바다 따라 걷는 섬 트레킹

by 김도현 여행길 2025. 4. 16.

시작하며

어느덧 겨울이 물러가고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시기다. 움츠러들었던 몸을 펴고, 자연 속으로 가볍게 걸음을 옮기고 싶어지는 계절. 이번엔 바다를 옆에 두고 걸을 수 있는 섬길, 여수 금오도 비렁길을 찾았다. 예쁜 꽃들과 숲길, 벼랑을 따라 걷는 스릴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이 길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1. 배 타고 들어간 금오도, 비렁길의 시작

여수에서 배를 타고 금오도에 도착하면, 항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비렁길 입구가 있다. 여기서 시작되는 1코스는 두포항까지 이어지며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경사가 있는 구간도 있지만, 트레킹화만 잘 챙기면 크게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길 초입부터 숲 냄새와 봄기운이 물씬 풍긴다.

하화도보다 이른 시기에 벚꽃 소식을 전한다는 금오도는, 봄꽃 시즌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혹시 하화도에서 꽃이 덜 핀 모습을 보고 아쉬웠다면, 금오도를 고려해보는 것도 좋겠다.

 

2. 동백꽃, 대나무숲, 그리고 빛 내리는 숲길

길을 걷다 보면 떨어진 동백꽃잎들이 땅을 수놓고 있다. 지나온 계절의 흔적을 그대로 밟으며 걷는 기분은 묘하게 감성적이다. 조금 더 들어서면 커다란 대나무들이 양쪽으로 늘어선 숲길이 펼쳐진다. 햇살이 대나무 사이로 비추는 장면은 사진으로는 절대 담기지 않는 장면. 살짝 영화 속 장면 같기도 하고, 무협지 배경 같기도 하다.

이 길은 벼랑 위를 따라 이어지는 만큼,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구간도 많아 적당한 그늘이 있는 게 또 다른 장점이다.

 

3. 수달피 전망대까지, 그리고 이어지는 임도길

1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도착하는 지점이 바로 수달피 전망대다. 맑은 날이면 바다 너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이날은 미세먼지가 있어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잔잔한 물결과 섬 풍경은 걷는 내내 시야를 넓혀줬다.

전망대를 지나면 임도길이 이어지는데, 이 구간은 다소 평탄해서 걷기 편하다. 그래도 흙길 특성상 미끄럽거나 먼지가 일어나는 구간도 있으니, 트레킹화는 꼭 챙기자. 생각보다 길이 잘 닦여 있어서 초보자도 크게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4. 3~4코스, 출렁다리와 이어지는 절경

다음날은 3코스와 4코스를 걷기 위해 다시 트레킹에 나섰다. 전날 비가 내려서 땅이 미끄러웠고, 짙은 습기로 인해 길이 더 촉촉했다. 신포항에서 사코스 방향으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출렁다리는 이 비렁길의 대표 포인트 중 하나다. 약간의 긴장감이 들 정도로 흔들리는 다리를 건너면, 멋진 풍경이 또 한 번 펼쳐진다.

다리를 건너고 나면 다시 이어지는 숲길이 나오는데, 돌길과 흙길이 번갈아 나와서 집중해서 걸어야 한다. 그래도 주변에 떨어진 동백꽃, 이정표 옆에 놓인 하트 조형물 등 걷는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들이 많다.

 

5. 야영은 '서니 아일랜드', 민박도 좋아요

1코스가 끝나는 지점 근처에는 야영장도 마련돼 있다. '서니 아일랜드'라는 이름의 캠핑장이며, 트레커들 사이에서도 꽤 알려진 곳이다. 화장실 같은 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서 불편함 없이 하루 묵기 좋다.

장비 없이 온 사람들을 위해 해안가를 따라 민박도 잘 마련돼 있다. 도보로 이동 가능한 위치에 숙소가 많아 코스를 나눠 걷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리하다.

 

6. 봄에만 맛볼 수 있는 방풍나물과 섬치킨

트레킹을 마치고 먹는 음식은 그야말로 별미다. 특히 방풍나물과 장풍나물 무침은 봄이 아니면 쉽게 맛볼 수 없는 계절 음식. 밥반찬으로도 손색없고, 특유의 향이 봄기운을 더한다.

그리고 섬에서 맛본 치킨은 단순한 치킨이 아니었다. 국물에 밥까지 말아먹을 정도로 감칠맛이 좋고,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은 한 끼였다.

 

마치며

여수 금오도 비렁길은 단순한 걷기 코스를 넘어, 자연 속에서 리듬을 찾고 풍경과 계절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봄이 되면 더 특별해지는 섬길 위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니, 왜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찾는지 알 수 있었다. 바다를 보며 걷고, 꽃길을 지나고, 조용한 산속을 누비는 트레킹. 이번 봄엔 금오도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