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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브이로그

대청봉 가는 길, 공룡능선까지 하루 산행 가능한가요

by 김도현 여행길 2025. 6. 25.

시작하며

설악산 대청봉은 날씨 좋은 날이면 멀리서도 그 위용이 보이는 곳입니다.

많은 분들이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에 오르거나, 공룡능선을 함께 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나서기도 합니다.

저 역시 이번에 남설악에서 출발해 대청봉을 찍고, 공룡능선을 거쳐 마등령을 넘어 신흥사까지 걷는 코스를 다녀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총 소요 시간은 약 14시간, 거리로는 약 22km였습니다.

쉬지 않고 걷는다면 12시간 안에도 가능하겠지만, 풍경도 보고 사진도 찍고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갑니다.

오늘은 이 코스를 걸으며 느낀 점과 구간별 특징, 중간중간 만난 식생과 사람들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1. 새벽 3시,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

(1) 새벽 산행의 장점은 무엇일까?

새벽 3시.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는 이미 불빛 몇 개가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일출을 보기 위해 미리 들어온 분들도 있었고, 간단히 아침을 챙기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헤드랜턴을 켜고 한 걸음씩 오르기 시작했는데, 이른 새벽에 산을 오르면 온도도 낮고 벌레도 적습니다.

무엇보다 조용해서 생각 정리하기 참 좋습니다.

(2) 남설악 코스의 초기 구간은 어떤가요?

초반은 비교적 완만합니다.

1M터까지 42분, 2M터까지 2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수풀이 많지 않고, 길이 잘 다져져 있어 헤드랜턴만으로도 무리 없습니다.

다만 이 구간은 음료수나 간식을 살 수 있는 시설이 없으니, 출발 전에 반드시 준비해야 합니다.

 

2. 중청대피소와 대청봉, 설악의 숨결을 마주한 시간

(1) 중청대피소부터는 고도 차이가 확 느껴집니다

약 2시간 40분 정도 지났을 때, 대청봉 500m 전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여기가 중청대피소 근처인데, 새벽 햇살과 운무가 어우러진 풍경이 압권이었습니다.

중청부터는 바위길이 많고 경사가 가팔라져서, 등산화와 장갑 필수입니다.

특히 철쭉 시즌엔 꽃망울과 털진달래가 많이 피어 있어 길가에서 한참을 머물게 됩니다.

(2) 대청봉 정상에서의 순간

오전 6시쯤, 산행 3시간 반 만에 대청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날씨가 흐려 시야는 제한적이었지만, 운무 너머로 드러나는 능선과 태백산맥의 굴곡진 선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곳은 바람이 아주 세게 불기 때문에 방풍 자켓은 꼭 필요합니다.

📝 정상까지 오르기 전 챙겨야 할 준비물들

  • 의류 : 방풍자켓, 모자, 장갑
  • 장비 : 헤드랜턴, 스틱, 등산화
  • 식량 : 간단한 간식, 물 2L 이상
  • 기타 : 지도 앱 설치, 휴대 보조배터리

 

3. 공룡능선, 이름 그대로 험난하지만 장엄한 길

(1) 회운각 대피소까지는 또 다른 시작

대청봉을 찍고 1.2km 정도 하산하면 회운각 대피소가 나옵니다.

여기서부터 공룡능선으로 들어서는 입구까지는 1.3km.

이 구간은 상대적으로 평탄하지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유일한 지점이기도 합니다.

(2) 공룡능선은 체력 소모가 엄청납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범봉, 신선대, 문너미고개, 삼불봉, 마등령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끊임없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입니다.

고도는 크지 않지만 암릉을 잡고 오르내리는 구간이 많아 체력과 집중력 소모가 큽니다.

📝 공룡능선 구간에서 기억에 남았던 풍경들

  • 범봉 : 양쪽으로 펼쳐진 절벽 조망
  • 신선대 : 하늘과 맞닿은 듯한 시야
  • 문너미고개 : 피로 누적 구간, 휴식 필수
  • 마등령 : 종착지 느낌, 바위 조망 최고

 

4. 마등령에서 신흥사까지, 내려가는 길이 더 힘들 수 있다

(1) 내려올수록 어려운 하산길

마등령 이후, 킹콩바위, 큰세봉, 나한봉을 지나 신흥사 방면으로 빠지는데, 이 하산길이 꽤 깁니다.

내리막이 계속되다 보니 무릎에 부담이 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스틱을 안 챙겼다가 하산 중 후회했습니다.

(2) 도착 시간과 총 거리

신흥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2시 26분, 정확히 산행 시작 후 약 9시간 반이었습니다.

정리 정돈과 식사, 사진 촬영 시간까지 포함하면 전체 시간은 14시간 가까이 소요됐습니다.

📝 장시간 산행 시 체크할 컨디션 변화

시간대 주요 컨디션 변화
새벽~아침 추위, 졸림, 식욕 없음
오전~점심 전 체력 상승, 집중력 양호
점심 이후 무릎 통증, 탈수, 저혈당 가능성 증가
오후~하산 시점 체력 고갈, 실족 위험 상승

 

마치며

설악산 대청봉과 공룡능선 종주는 결코 쉬운 길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험난함만큼이나 경이로운 풍경과 산의 기운이 짙게 느껴지는 코스였습니다.

체력 준비와 철저한 장비 점검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해볼 만한 산행입니다.

무엇보다 산에서 만난 사람들, 바람소리, 바위 틈의 풀꽃들 덕분에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