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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브이로그

앙코르와트, 100만 인구가 사라진 신비의 사원

by 김도현 여행길 2025. 4. 22.

시작하며

캄보디아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앙코르와트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사원 건축물로 알려진 이곳은 수백 년 전 번성했던 고대 크메르 제국의 중심이었다. 그 전성기 시절에는 인구가 무려 100만 명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참고로 같은 시대 런던은 3만5,000명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 사원 건축만 남아 있을 뿐, 당시의 삶이나 사람들의 흔적은 거의 사라졌다. 이 거대한 도시가 왜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이번 글에서는 앙코르와트의 역사와 특징, 그리고 몰락의 이유까지 자세히 알아본다.

 

1. 앙코르와트는 도시가 아니다?

앙코르와트라는 이름 때문에 종종 도시라고 오해되곤 한다. 하지만 정확히 따지면 ‘앙코르’는 도시, ‘와트(wat)’는 사원을 의미한다. 즉, 앙코르와트는 ‘도시 속 사원’이라는 뜻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앙코르와트는 12세기에 세워진 힌두 사원으로, 수리아바르만 2세에 의해 건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원의 전체 구조는 가운데 큰 탑과 네 개의 작은 탑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는 힌두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산 ‘메루산’을 형상화한 것이다. 일반적인 사원이 동쪽을 입구로 두는 것과 달리, 앙코르와트는 서쪽에 입구가 있다. 이는 사후 세계와 관련한 종교적 상징이 반영된 것이다.

 

2. 수십만 명이 살았던 이유는?

크메르 제국은 지금의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베트남과 태국 일부 지역까지 영향력을 가졌던 동남아시아의 강국이었다. 수로와 토목 기술이 발달했고, 농업 기반도 튼튼했다. 당시엔 엄청난 규모의 저수지와 운하, 그리고 정교한 건축 기술을 통해 도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앙코르 지역은 종교와 정치, 문화를 함께 아우르던 중심지로서 기능했다. 힌두교와 불교가 혼합된 종교적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사원들이 세워졌고, 정권의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 거대한 구조물들이 건설되었다.

 

3.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1) 기후 변화와 자연의 복수

이 지역은 열대 우림에 가까워 식물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몇 년만 방치해도 도시 전체가 숲으로 뒤덮인다.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해 홍수나 가뭄이 반복되면서 도시 기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다.

(2) 종교와 권력의 변화

당시 종교는 힌두교에서 대승불교로, 이후 상좌부 불교로 변화했다. 종교적 중심이 바뀌자 더 이상 거대한 힌두 사원을 유지할 이유가 줄어들었다. 또한 기존 왕조의 경제적 기반이 약화되고, 종교적 권위도 하락하면서 사회의 중심축이 흔들렸다.

(3) 외세의 침입과 수도 이전

15세기경 태국 지역에서 세력을 키운 아유타야 왕조가 앙코르 지역을 침략하게 된다. 결국 왕조는 프놈펜 지역으로 수도를 이전하고, 기존 앙코르 지역은 버려졌다.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자 도시는 금방 숲에 묻혔다.

 

4. '잃어버린 도시'라는 오해

서양에서는 한때 앙코르와트를 ‘잃어버린 문명’이라 부르며 외계 문명설까지 주장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철저히 서구 중심 시각에서 만들어진 신화다. 실제로는 크메르족이 만든 정교한 건축물이며, 한때 왕국의 중심지였던 유서 깊은 장소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유럽인이 발견했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미 지역 주민들과 승려들이 알고 있었다. 16세기 포르투갈 선교사들의 기록에도 이곳을 방문한 기록이 남아 있다.

 

5. 지금도 감동적인 현장

앙코르와트는 건축 자체가 종교적 상징으로 가득하고, 건물의 색과 분위기가 아침, 낮, 저녁 모두 다르게 보인다. 프놈 바켕 산의 일몰은 많은 여행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남는다.

또한 인근에 있는 앙코르톰바이욘 사원도 함께 방문하면, 당대 문명의 예술성과 정신세계를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마치며

앙코르와트는 단순히 과거의 건축물이 아니다. 사라진 도시의 흔적이자, 인간의 신념과 기술이 만들어낸 결정체다. 한때 100만 명이 모여 살던 이 도시는, 오늘날에는 조용한 돌무더기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앙코르와트를 바라볼 때 우리는 ‘외계인의 건축’ 같은 오해에서 벗어나, 실제 그곳을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