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비양도 백패킹, 왜 ‘성지’라고 불릴까?
제주에는 백패커 사이에서 ‘3대 성지’로 손꼽히는 곳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비양도는 백패킹 입문자에게도, 고수에게도 도전이 되는 장소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기차를 몰고 제주를 돌며 직접 겪은 비양도 백패킹의 여정과 그 뒷이야기를 정리해 보려 합니다.
1. 비수기 제주, 전기차를 타고 떠나다
(1) 왜 전기차였을까?
비양도를 가는 여정의 시작은 제주공항에서 전기차 렌트였습니다. 연료비 절약이 주된 이유였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비상 상황에서의 차박 대비였습니다. 백패킹이 여의치 않을 경우 바로 차에서 잘 수 있도록, 시동 없이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전기차는 매력적인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선택이 후에 ‘난관’으로 되돌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 전기차 렌트 시 이런 점을 꼭 확인하세요
- 우도 입도 시 전기차 배터리는 50% 이하여야 함
- 당일 입·출도 제한 (우도 렌터카는 당일 들어가면 당일 나올 수 없음)
- 성산항 선적 시 차 번호와 배터리 상태를 확인받음
- 긴급히 배터리 소모할 수 있는 대비책 필요 (스포츠 모드로 운전 등)
(2) 무작정 시작한 백패킹 준비
장비는 대부분 아버지 덕분에 무료로 수급할 수 있었습니다. 캠핑 침낭, 텐트, 코펠, 랜턴까지... 하지만 ‘준비’라는 건 장비만 갖춘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그 텐트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어떻게 치는지도 몰랐다는 것.
“아예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요.”
이 말이 그냥 우스갯소리가 아니었습니다. 현장에서 처음 펼친 텐트 앞에서 그야말로 멘붕이었죠.
2. 비양도 입도 실패 위기와 기적의 50%
(1) 우도 선착장에서 벌어진 일
성산항에서 우도로 들어가려는 찰나,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기차는 배터리 50% 이상이면 선적 불가입니다.”
충전 69% 상태였던 저는 그 자리에서 50%까지 떨어뜨려야만 했습니다. 스포츠 모드로 2시간 가까이 도로를 달리고, 에어컨 틀고, 불필요한 전기 소모를 유도하면서 결국 50%로 진입 성공.
하지만 51%로 다시 오르면 탑승 불가. 이게 사람 애간장 다 녹이더군요.
📝 비양도 들어갈 때 이건 꼭 체크하세요
항목 | 확인사항 |
---|---|
전기차 배터리 | 반드시 50% 이하 |
렌터카 입도 | 당일 출도 불가, 1박 필수 |
선박 시간 | 성산항 우도행 막배는 오후 5시 40분 전 |
요금 | 차량 선적 추가요금 있음 (약 15,000원) |
3. 드디어 비양도, 그리고 날씨
(1) 아름다움 뒤의 고난
비양도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잿빛이었습니다. ‘이게 비양도야?’라는 생각이 들 만큼, 거센 바람과 추위가 기다리고 있었지요. 이미 비까지 맞고 있던 상황에서 텐트를 쳐야 했고, 해가 지는 바닷가에서 텐트를 완성하는 데 거의 1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그 와중에 번호 고장, 오뎅국 끓이다 솥 터짐, 의자 부러짐까지...
이쯤 되니 “캠핑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2) 우도 철수, 그리고 야영장으로
다음 날, 갑작스러운 해상 폭풍 경보로 인해 다음 배편이 끊긴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우도를 탈출해야 했습니다. 이후 이동한 곳이 표선해수욕장 야영장. 시설은 단촐했지만 캠핑객도 적고, 조용해서 오히려 휴식다운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4. 고생 끝에 만난 한라산, 영실코스
(1) 백패킹의 마무리, 산행으로
백패킹 여정의 마지막은 한라산 영실코스 등반이었습니다. 이 코스는 1시간 30분 이내의 짧은 코스로, 해발 1,600m까지 단숨에 오를 수 있는 곳입니다. 백록담보다는 남벽 조망이 더 좋아 ‘은근한 명소’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지요.
(2) 샌들 신고도 가능한 초보자 코스
등산화 없이 샌들을 신고도 무난하게 오를 수 있었고, 중간중간 쉬면서 여유롭게 올라갔습니다. 이때 느낀 건, 비수기의 한라산은 정말 한적하고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 한라산 영실코스, 이렇게 준비해 보세요
- 코스 소요 시간: 1시간 30분~2시간
- 등산화 필수 아님 (단, 미끄럼 방지 밑창 필요)
- 아침 일찍 출발하면 주차 공간 여유
- 출입 제한 시간 확인 필수 (보통 오전 10시 전)
5. 캠핑을 하며 느낀 점들
(1) 준비되지 않은 캠핑은 생각보다 위험하다
도구가 고장나고, 날씨가 나빠지고,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이 생기면서 ‘혼자 하는 백패킹의 고단함’을 제대로 체험하게 됐습니다. 캠핑은 낭만보다 현실을 마주하게 만드는 여정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2) 비수기 제주도는 여행지로서 훌륭하다
5만 원대 비행기표, 7만 원대 전기차 렌트, 3만 원짜리 카라반 숙소까지. 물가도 낮고 사람이 적어 여유로운 여행이 가능했습니다. 단, 바닷물에 들어가거나 해수욕은 어렵다는 건 단점으로 남았습니다.
마치며
처음 백패킹을 시도한 제주 비양도 여행은 기대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하지만 그런 ‘예상 못한 고생’이 오히려 가장 큰 배움이 되었습니다.
비양도의 바람, 우도의 당황스러운 규정, 표선 야영장의 조용함, 영실코스의 정적… 모든 것이 다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제는 더 나은 준비로 다시 떠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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