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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브이로그

치바 산속 조용한 고양이 온천 숙소, 시치리가와 료칸 체험기

by 김도현 여행길 2025. 4. 14.

시작하며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조용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 어느 날, 도쿄에서 멀지 않은 치바현의 한 온천 숙소가 눈에 들어왔다. '시치리가와 온천'이라는 이름도 처음 들었지만, 산속 깊은 곳에 자리한 복고풍 료칸이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에 사는 8마리의 고양이들이 마음을 끌었다. 그렇게 고양이와 함께하는 1박 2일이 시작됐다.

 

1. 도쿄에서 출발하는 길, 이미 여행은 시작됐다

출발은 도쿄역에서 시작됐다. 고속버스는 11번 플랫폼에서 출발해 치바현 기미츠시에 있는 ‘구루리역’까지 간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2시간 동안 창밖 풍경은 점점 시골스러워졌다. 특히 도쿄만을 가로지르는 아쿠아라인 구간은, 마치 바다 위를 달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구간 방법 소요 시간 비용
도쿄역 → 구루리역 고속버스 약 2시간 2,600엔
구루리역 → 숙소 택시 (예약 시) 약 30분 500엔

구루리역에 도착하면 근처에서 택시를 불러 숙소로 이동한다. 사전 예약을 하면 할인 요금으로 이용 가능해서 미리 예약하는 걸 추천한다. 택시가 산길을 따라 숙소로 향할 때쯤이면, 도심의 소음이 완전히 사라지고 자연의 냄새와 소리만이 남는다.

 

2.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만난 첫 손님

‘시치리가와 온천’은 복고풍 목조 건물로 지어진 아담한 료칸이었다.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 마리의 고양이가 다가와 나를 반겼다. 마치 날 알고 있었던 것처럼, 슬며시 다가와 꼬리를 스치고는 로비 쪽으로 앞장섰다. 그 순간, 이곳은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고양이의 집에 내가 초대된 느낌이었다.

  • 체크인 시간: 오후 2시
  • 요금: 13,900엔 (1박 2식, 음료 별도)
  • 기본 제공: 유카타, 수건, 칫솔, 온천수 컵

방은 다다미로 된 전통 객실로, 조용하고 깔끔했다. 창을 열면 산이 한눈에 들어왔고,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계곡물 소리가 더해져 마음까지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3. 8마리 고양이와 함께한 조용한 시간

이 료칸에는 고양이가 8마리나 살고 있었다. 이름도 각자 다르고, 성격도 정말 다양했다. 손님 방에 먼저 찾아오는 고양이도 있었고, 한쪽에서 조용히 졸고 있는 고양이도 있었다.

이름 특징
논짱 사람 곁에 오래 머무는 편, 이불 위에 잘 올라옴
치비냥 호기심 많고 활동적, 종종 방문객 방에 들어옴
구찬 아침저녁 순찰을 도는 진중한 성격의 고양이
타네짱 조용하고 낮잠을 좋아하는 고양이
와일드쿤 보일러실 근처를 좋아함, 종이봉투 안에서 자는 걸 즐김
쿠짱 숙소 외부 공원 쪽에서 자주 보임, 자유로운 영혼

객실에서 쉬고 있을 때 고양이가 자연스럽게 들어오기도 하고, 침대에 슬며시 올라와 곁에 누워있기도 했다.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먼저 다가오는 모습에서 이곳의 고양이들이 얼마나 이 공간에 잘 적응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4. 고요한 온천과 함께하는 진짜 휴식

이 숙소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역시 온천이다. 실내탕과 노천탕 모두 갖추고 있는데, 특히 노천탕은 산속 공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정말 좋았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고양이가 창가 너머로 슬쩍 지나가는 모습을 보는 그 순간,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온천 운영 시간: 오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 수질: 유황 온천수
  • 특징: 마실 수 있는 온천수, 목욕 후에도 사용 가능

아침에는 물을 교체해주기 때문에, 이른 시간대의 온천욕은 유독 상쾌하다. 겨울철 새벽이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온천수와 싸늘한 공기의 대비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5. 식사 시간에도 함께하는 고양이들

석식은 숯불 위에서 직접 구워 먹는 ‘이로리야키’ 방식이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꼬치가 나왔고, 곁들여 나온 유바나 장아찌, 제철 야채가 정갈하게 차려졌다. 신선한 사시미와 함께 매실주를 곁들이니 하루의 피로가 확 풀리는 기분이었다.

저녁 메뉴 예시

  • 사시미
  • 고기 꼬치 3종
  • 유바, 장아찌, 제철 야채
  • 구운 주먹밥
  • 된장국

아침 식사는 깔끔한 가정식 느낌이었다. 연어구이, 베이컨, 토마토, 계란, 낫토, 두부 등 종류는 다양했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맛으로 속을 편안하게 해줬다.

식사 시간에도 고양이들은 식당 근처를 유유히 거닌다. 때로는 발밑에서 스르르 지나가기도 하고, 바구니 안에 들어가 잠든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귀여움과 편안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6. 고양이와 나란히 잠드는 밤

밤이 되면 고양이들은 더 가까이 다가온다. 논짱은 어느새 침대 위 이불 한 켠에 누워 잠들어 있었고, 치비냥은 문 앞에 앉아 조용히 방 안을 살핀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방 안이 고요해지면, 사람과 고양이 모두 조용히 잠들 준비를 한다.

불을 끄고 누워 있으면, 숨소리만 들리는 어둠 속에서 고양이의 따뜻한 체온이 온몸을 감싼다. 이보다 더 따뜻한 힐링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7. 이른 아침, 조용한 작별 인사

다음 날 아침, 고양이들은 손님보다 먼저 일어난다. 구찬은 이미 복도를 순찰하고 있었고, 논짱은 여전히 이불 위에서 졸고 있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짐을 챙기는 사이, 고양이들은 슬그머니 방 안으로 들어와 조용히 머문다.

  • 체크아웃 시간: 오전 11시
  • 귀가 방법: 예약해둔 택시로 구루리역 이동 후 도쿄행 버스

로비로 나가자 논짱과 치비냥이 문 앞에 앉아 있었다. 무심한 듯 하지만, 마치 배웅이라도 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길지 않았던 1박 2일이었지만, 묘하게 정든 기분이 들었다.

 

마치며

시치리가와 온천은 단순한 온천 숙소가 아니었다. 사람의 손길에 익숙한 고양이들과 함께 보내는 하루는, 예상보다 훨씬 따뜻했고 평화로웠다. 자연과 조용함, 고양이와 온천. 이 네 가지가 조화를 이룬 이 공간에서의 경험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도쿄 근교에서 조용히 재충전할 수 있는 여행지를 찾는다면, 이곳은 참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