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강남구는 늘 부동산 시장의 중심에 있어 왔다. 특히 재건축과 재개발이 활발한 개포동이나 대치동 일대는 이미 고급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 지 오래다. 그런데 양재대로 남쪽, 구룡터널 인근에는 여전히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낙후 주거지가 하나 남아 있다. 바로 구룡마을이다.
이곳은 강남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개발에서 제외돼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이라는 말까지 붙을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와 SH공사가 주도하는 도시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며, 3,800세대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예정됐다. 일부에서는 이 지역이 강남 내 새로운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 없는 사정이 있다.
1. 구룡마을은 왜 아직도 개발되지 않았을까
개포동과 수서동 일대가 재건축을 통해 신축 단지로 빠르게 전환된 것과 달리, 구룡마을은 도시계획 단계에서 수차례 보류되고 지연돼 왔다.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해당 지역은 불법 건축물과 비정규 거주자 문제, 복잡한 토지 소유 구조 등이 얽혀 있어 개발 추진이 쉽지 않았다.
그나마 2012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변화의 가능성이 생겼고, 최근 들어 본격적인 철거 계획과 아파트 건립 일정이 잡히며 눈에 띄는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개발 방식이 민간이 아닌 ‘공공주도’라는 점은 시장의 기대를 조금 다르게 만들어놓는다.
2. 공공주도 개발이라는 현실
SH공사가 주도하는 개발은 일반적으로 분양가가 낮고, 공공임대 비율이 높다. 실제로 자곡동, 세곡동, 내곡동 등 SH공사가 공급한 다른 강남 남부 단지들을 보면, 저렴한 초기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세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지역은 주소는 ‘강남’이지만, 시세만 놓고 보면 마포구나 성동구보다 낮은 경우도 있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 본다면, 단지 ‘강남’이라는 이름만으로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실거주 목적이라면 접근할 수 있겠지만,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하기엔 한계가 많다.
3. 교통 여건은 개선이 필요한 수준
위치상으로만 보면 강남 도심과 가까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교통 환경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구룡마을은 구룡터널과 언주로, 양재대로 등으로 연결되지만, 이 구간은 출퇴근 시간대 교통 정체가 심각한 곳으로 악명이 높다.
특히 개포동, 수서동 일대 재건축 아파트들이 대거 입주하면서 차량량이 크게 늘어났고, 교통 혼잡은 일상이 됐다. 차량 우회전 차선 문제, 교차로 병목 현상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으며, 대중교통 접근성도 뛰어난 편은 아니다. 결국 거주 만족도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4. 공급 규모는 크지만, 누구에게 이득일까
이번 개발에서 계획된 아파트 공급 물량은 약 3,800세대에 달한다. 규모만 보면 대단지이고, 강남에서 이 정도 규모의 신규 공급은 드물다. 하지만 실제 수혜자는 제한적일 수 있다. 토지를 보유하고 있던 기존 지주들은 보상이나 분양권 확보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일반 수요자나 투자자는 그렇지 않다.
공공임대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분양세대도 많지 않고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그마저도 시세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장기거주를 전제로 한 실수요자 중심으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5. 강남이라서 무조건 좋다는 착각
많은 사람들이 ‘강남’이라는 단어만 듣고 자동으로 프리미엄을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강남 내에서도 지역 간 격차가 크다. 대치동이나 삼성동처럼 학군과 상권, 교통이 모두 갖춰진 지역과 구룡마을은 단순히 행정구역만 같을 뿐, 여건은 완전히 다르다.
지형적으로 외진 데다 교통과 상업시설 접근성도 낮고, 임대비율까지 높은 지역은 ‘강남’이라는 타이틀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프리미엄 형성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고, 실거주가 아닌 투자로 접근한다면 수익보다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다.
마치며
구룡마을 개발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오랜 시간 방치됐던 비정비 주거지가 정비돼 주거 환경이 개선되는 것은 지역 주민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투자 관점에서는 조금 다른 시선이 필요하다. 단순히 강남이라는 지역명에만 기대기보다는, 실제 입지와 개발 방식, 향후 시세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실거주 목적이라면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곳이지만, 단기적인 시세 차익이나 프리미엄을 기대한다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 지역은 지금 당장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의 방향을 지켜보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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